기록을 경신하는 모바일 쇼핑 거래액
통계청은 월말과 분기 말이 지나면 다양한 수치를 정리해서 ‘온라인 쇼핑 동향’을 하고 있다. 국가 기관의 신뢰성 있는 보고서인 만큼 발표가 될 때마다 다수의 언론사가 인용을 하면서 이슈가 된다. 최근의 화두는 당연히 ‘모바일 쇼핑’이다. 2013년 1월부터는 PC와 모바일로 구분해서 발표하고 있는데 눈에 띄게 빠른 성장을 보이기 때문이다.
지난 7월 4일에 발표된 2016년 5월 자료를 살펴보자. 전체 5조 1783억 원의 온라인 쇼핑 거래액 중에서 2조 6967억 원이 모바일을 통해 이루어졌다. 이는 52.1%의 비중으로 지금까지 기록 중 최고치이다.
이번 자료가 공개되자 역시나 많은 언론사가 인용 기사를 내놓았다. 모두가 모바일 쇼핑의 성장을 강조했으며 ‘Mobile First’를 넘어 ‘Mobile Only’ 시대가 도래했다는 평도 있었다. 통계청의 자료는 분명히 문제가 없지만 우리는 ‘모바일 쇼핑’을 단순하게 정의할 수 없는 복잡한 시대에 살고 있음을 이해해야 한다.
모바일 쇼핑과 크로스 디바이스
통계청의 자료에서 이야기하는 ‘모바일 거래액’은 모바일 기기를 통해 ‘결제’가 이루어진 규모와 비중이다. 이러한 집계 방법은 하나의 디바이스에서 사용자들이 탐색과 구입까지 모두 이루어졌던 과거에는 문제가 없었다. 하지만, 다양한 디바이스를 통해 일련의 구매 과정이 복합적으로 이루어지는 크로스 디바이스 시대에서는 다소 오해의 여지가 있다.
이해를 돕기 위해 광고 회사 크리테오가 발표한 ‘2015년 4분기 모바일 커머스 리포트(The Q4 2015 State of Mobile Commerce Report)’를 살펴보자. 해당 보고서에 의하면 단일 기기에서 모든 거래가 이루어진 비중은 39%에 불과했고, 나머지 61%는 크로스 디바이스를 통해 이루어졌다.
한국은 크로스 디바이스 이용이 가장 활발한 시장
크리테오의 다른 보고서에 의하면 한국은 크로스 디바이스 이용이 가장 활발한 시장이다. 전체 전자상거래 중에서 크로스 디바이스를 통해 이루어진 비중이 63%로 2, 3위를 차지한 브라질, 이탈리아에 비해 월등히 높다.
다만, 결제가 이루어지는 기기가 스마트폰 67%로 모바일 비중이 높았다. 앞에서 이야기한 통계청 자료처럼 ‘모바일 쇼핑’이 높게 나타나는 이유가 된다. 이렇게 모바일 결제 비중이 유난히 높은 이유는 3가지 정도로 이야기할 수 있다.
첫째는 스마트폰 보급률이 유난히 높은 시장으로서 웹보다 훨씬 편리한 사용성을 제공하는 앱의 충성도가 높기 때문이다. 둘째는 공인인증서와 보안 모듈 등과 같은 액티브 엑스를 지저분하게 설치하는 PC와 달리 간편 결제로 간단하게 구매할 수 있기 때문이다. 셋째는 온라인 커머스 기업들이 모바일 매출을 주요 KPI로 설정하면서 할인 이벤트나 쿠폰 등을 모바일 중심으로 집행하기 때문이다.
1회 구매에 11번 정도 기기 교환
이 글을 읽은 분 중에 상당수(특히 남성들)는 무슨 소리냐고 자료가 잘못된 것 같다고 하는 분도 있을지 모른다. 스스로도 검색과 가격비교, 구매가 한꺼번에 하나의 기기로 하는 편이기도 하다. 그러나, 관련한 시장 조사와 FGD 등을 통해서 일반인들의 쇼핑 행태가 매우 복잡하게 흐른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러한 사용 행태를 수치적으로 보여주는 좋은 보고서가 있다. 닐슨 코리안클릭에서 의류 구매를 하는 사용자들의 흐름(Shopping Journey)을 조사해서 뉴스레터로 공개하였다. 해당 보고서에 의하면 사용자는 1개의 의류를 구매하기 위해서 평균 11회의 디바이스 교체를 한다.
사용자들은 다양한 기기를 보유하면서 상황과 맥락에 가장 적합한 디바이스를 선택하여 사용하는 것이다. 예를 들면, 정보 검색은 PC 위주였으며 결제와 SNS는 모바일을 주로 이용한다. 포탈을 통해 유입된 사용자는 PC를 중심으로 사용하고 앱(App)을 통해 진입한 사용자는 모바일의 사용 비중이 높다.
디바이스보다 중요한 것은 사용자 경험
분명히 디바이스가 사용자를 정의하고 시장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시절이 있었다. 모바일에서 구매하는 상품의 주요 카테고리와 PC는 서로 구분이 되었고 모바일에서 구입하는 가격의 심리적인 마지 노선은 PC보다 낮았다. 하지만, 크로스 디바이스 이용이 일반화되면서 상황이 변했다.
수억 원의 마케팅 비용을 쏟아부으면서 모바일 거래액만을 높이는 것은 주주들에게 보여주기 위한 것일 뿐 서비스와 실질적인 매출 면에서 큰 의미가 없다. 중요한 것은 다양한 기기에서 끊김 없는 사용자 경험을 제공하고 이를 분석하는 능력이다.
이제는 ‘Mobile Only’라는 구호마저 식상하고 늦은 느낌이 든다. 사용자들은 이미 모바일을 넘어 크로스 디바이스 시대로 옮겨가고 있다.
* 이 글은 제가 허브줌에 기고한 칼럼입니다. 개인적인 기록을 위해 이곳에 남깁니다. 발행된 글은 여기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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