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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카카오 중심 전략에서 밀려난 Daum
지금 카카오는 명확하다. 모든 중심은 카카오톡, 페이, 모빌리티, 그리고 엔터프라이즈 플랫폼에 있다. 관계 중심의 구조, 메시징 기반 UX, 그리고 오프라인 연결까지... Daum은 이 축 안에 없다. 콘텐츠 유통 플랫폼이지만, 카카오의 커머스·생활·결제 생태계와는 어긋나 있다.

실제로 Daum의 위상은 수치로도 증명된다. 검색엔진 점유율에서 처참할 정도로 시장에서 결쟁력을 잃어가고 있다. 웹로그 분석사이트 '인터넷트렌드'에 따르면 지난달(2025년 6월) 기준 검색엔진 시장에서 다음의 점유율은 2.98%에 불과하다. 한때 양대 포탈로 불리던 네이버는 63.53%를 기록하고 있으며, 이는 무려 21배 이상의 격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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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트렌드 자료는 그나마 희망적이다. statcounter.com 자료를 살펴보면 Daum의 검색 점유율은 1.05%(25년 6월 기준)에 불과하다. 게다가 조선일보 보도에 따르면, 다음 모바일 앱의 월간 이용자 수(MAU)는 690만 명 수준으로, 네이버의 3,000만 명 대비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이러한 정량적 수치를 보지 않아도 지금 Daum은 명백하게 '예전만 못한 포탈'이다.



2. AI 시대의 카카오와 Daum의 시너지
지금까지 Daum은 포탈로서 독립적으로 운영되어 왔지만, AI 시대의 구조적 전환 속에서는 이 전략이 지속 가능하지 않다. 대화형 서비스와 유저 인터페이스 기반을 이미 확보한 카카오톡과의 결합이 구조적으로 유리하다. 
카카오는 대한민국에서 가장 강력한 메시징 UX, ID 기반 구조, 알림/플로우 중심의 사용자 흐름을 이미 보유하고 있다. AI 시대는 단순히 정보를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사용자의 문맥을 파악하고, 적절한 타이밍에 실행을 제안해주는 구조로 움직인다.

이런 구조에 가장 어울리는 UX는 포탈이 아니라 메신저고, Daum은 이 환경에서 카카오톡이라는 도구와의 결합을 통해 에이전트로 진화할 수 있는 기회를 갖고 있었다. 정보를 입력하고 클릭하는 구조에서 벗어나, 프롬프트 기반 대화형 UX로 이행할 수 있는 인프라는 카카오 내부에 이미 존재한다. 그렇기 때문에 AI 시대는 카카오가 네이버와 다른 전략으로 시장을 흔들 수 있는 기회였다.



3. 카카오의 선택: 전략인가, 회피인가?
하지만 카카오는 다른 선택을 했다.
Daum을 조직적으로 분리하고 독립적인 운영을 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이건 전략적 의사 결정이 아니라 정치적 리스크 분산과 조직 구조상의 분리에서 비롯된 결과다. Daum 뉴스는 오랜 기간 정치적 논란에 시달렸고, 카카오 전체의 이미지에 부담이 됐다. 결국 카카오는 뉴스 편집의 책임과 방향성을 분리함으로써, 기업 전체의 리스크를 최소화하는 방안을 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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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um은 법적으로는 AXZ라는 독립 법인으로 분리가 됐고, 카카오의 다른 전략 서비스와는 별도로 움직이게 됐다. 이는 곧 카카오의 핵심 투자 영역에서 Daum이 제외됐음을 의미한다. 기술·UX적으로 보면 이는 매우 큰 단절이다. Daum은 메신저와의 연계도 없고, 에이전트 기반 UX 실험도 하지 못하는 고립된 서비스가 되어가고 있다.



4. Daum에게 필요한 생존 전략
Daum은 버려졌지만, 아직 죽지 않았다. 트래픽은 예전만 못하지만 여전히 경쟁력과 충성도를 유지하는 서비스는 존재한다. 검색이나 커머스는 네이버가, 커뮤니케이션은 카카오톡이 장악한 상태다. Daum이 선택할 수 있는 영역은 명확하다. 정제된 정보 소비와 뉴스, 카페, 블로그 등이다.

하지만 지금의 Daum 서비스는 여전히 백화점형 UX에 갇혀 있다.모든 사람에게 똑같은 콘텐츠 배열, 정치 이슈, 자극적인 헤드라인, 댓글 중심 트래픽 유도. 이건 더 이상 먹히지 않는다. Daum에게는 지금 선택권이 없다. 경쟁력 있는 서비스를 기반으로 AI와의 연계를 빠르게 실행을 해야한다. 

예를 들어 AI 기반 에이전트가 개입한다면, 뉴스 소비는 완전히 달라질 수 있다.
User: 정치 뉴스는 빼고 IT 뉴스만 요약해줘.
Agent: 오늘 IT 뉴스 요약 3건입니다:
① 삼성전자, AI 반도체 공개
② 애플 iOS18 업데이트
③ 오픈소스 AI 모델 출시
→ 더 보려면 말씀해주세요.

이건 단순한 기능이 아니다. 뉴스를 ‘나만의 언어로 재구성해주는 조력자’로 만드는 새로운 UX의 패러다임 변화이다. Daum이 다시 살아나려면 퍼스널 미디어 플랫폼으로 진화해야 한다. 사용자의 관심사에 맞춘 요약, 맥락에 맞는 추천, 시간대 기반 자동 구성 등 AI 기반 큐레이션 경험을 앞세워야 한다.



5. 기술이 뒷받침되지 않는 서비스는 공허하다
좋은 UX와 서비스 기획은 많다. AI 요약형 뉴스룸, 개인 피드백 기반 UX, 구독형 큐레이션, 프리미엄 뉴스 서비스... 하지만 현실을 직시하자. Daum, 심지어는 카카오 자체에도 경쟁력 있는 자체 LLM이 없다.

KoGPT와 카나나 등의 시도가 있었지만 기술적인 진보를 아직은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최근 OpenAI와의 제휴는 사실상 API 단가 우대를 받는 수준일 뿐이다. 실시간 대규모 트래픽 기반의 포탈 서비스에 GPT-4 같은 모델을 호출한다는 건 비용, 속도, 보안 면에서 현실적이지 않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해법은 ‘하이브리드 오케스트레이션’이어야 한다.
  • 경량화된 sLLM(Small LLM)을 프론트에 두고, 80%의 일상적 요약/분류/추천을 처리
  • 복잡한 질의나 추가 생성이 필요한 경우, OpenAI나 Claude 등 외부 API를 제한적으로 활용
  • 이 오케스트레이션 구조를 내부화하고, 장기적으로는 자체 LLM으로 치환하는 전략
이건 단순한 기술 도입이 아니다. 운영 가능한 AI 기반 미디어 서비스를 만들어내는 첫 번째 단계다. Daum이나 카카오 본체에서 이러한 시도에 대한 여러 고민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결론
Daum은 단지 버려진 포탈이 아니다. 오히려 정치적 부담, 광고 중심 모델, 기술 종속성에서 벗어난 ‘유일한 실험장’이 되었다. 지금 필요한 건 스스로를 다시 정의할 용기다. 백화점에서 벗어나, 에이전트 기반 퍼스널 미디어로 재탄생할 수 있는 기회는 지금 이 순간 Daum에게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이 여정의 출발점에 여전히 'Daum'이라는 이름이 존재한다는 사실이다. 개인적으로 오랫동안 그 안에서 일하며 Daum이라는 브랜드와 조직, 그리고 그 문화와 철학을 누구보다 사랑해왔다.그래서 더더욱, 지금의 Daum이 단순히 과거를 유지하려는 포탈이 아니라, 새로운 시대를 실험하고 도전할 수 있는 살아있는 플랫폼으로 거듭나기를 진심으로 응원한다.
2025/07/21 09:20 2025/07/21 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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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론: 그 시절, 포탈의 역할

인터넷을 처음 접할 때 우리는 포탈의 첫 화면을 열며 하루를 시작했다. 다음(Daum), 네이버 메인 화면은 단순한 유입점이 아니라 정보를 발견하고, 질문을 하고, 답을 기다리는 경험의 장이었다. 카페에서 정보를 찾아 헤매고, 지식iN에 질문을 남기며 관계를 맺기도 했다. 이제 시대가 바뀌자, 검색창을 단지 입력하는 공간이 아니라, 맥락과 상황을 이해해 제안을 던지는 공간으로 바뀌어야 한다.



1. 시대로 읽는 포탈의 변화
▶ PC 인터넷 시대
포털은 웹의 중심이었다. 뉴스, 블로그, 카페, 지식iN… 모든 정보는 그곳에서 시작됐다.

▶ 모바일 앱 시대
네이버는 콘텐츠를 앱으로 가두었고, 카카오는 메시징·결제·모빌리티까지 연결한 슈퍼 앱을 완성했다. 즉, 검색 중심에서 관계 중심 플랫폼으로 전환했다.

▶ AI 시대
이제는 문맥(context)과 목적(goal)을 이해하고, 제안(suggestion)와 실행(execution)까지 연결하는 '대화형 에이전트' 시대가 시작되고 있다.



2. 글로벌 주요 사례 분석
해외의 대표적인 포탈의 변화를 좀 살펴보자. 

먼저, Google은 Gemini(GPT 대항 모델)를 중심으로 검색, Gmail, Android 등 자사 핵심 서비스 전체를 AI 중심으로 재설계하고 있다. 특히 기존 검색 결과에 텍스트 요약과 행동 제안을 덧붙인 SGE(Search Generative Experience)를 도입하며, 검색 자체를 ‘대화형 탐색 경험’으로 재구성하는 중이다. 이는 단순한 기능 추가가 아니라, 정보 접근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전환이라 할 수 있다.

Microsoft는 Bing 검색에 GPT 기반 Copilot을 탑재하면서, 기존의 링크 나열형 검색에서 벗어나 대화 기반 탐색, 즉각적 요약, 실행 유도형 검색으로 전환을 시도하고 있다. 특히 Bing 내 Copilot은 단순 응답이 아니라 웹 상호작용까지 유도하는 AI 허브 역할로 진화 중이다. 즉, Bing은 더 이상 단순한 검색창이 아니라, AI 에이전트 플랫폼을 지향하는 구조로 옮겨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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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국내 포탈의 상황 점검
네이버는 HyperCLOVA X라는 자체 LLM을 보유하고 있고, Cue 같은 대화형 검색 실험도 진행 중이다. 카카오는 최근 OpenAI 제휴를 통한 ChatGPT API 활용도 발표했다. 하지만, 사용자 입장에서 국내 포탈에서 AI는 거의 느껴지지 않는다. 왜 그럴까?

첫번째, 검색 UI는 여전히 '링크 중심'이다. AI가 개입된 추천이나 정답형 요약이 거의 드러나지 않으며 일부 실험적 프로젝트(Cue, SmartBlock)는 메인 검색에서 거의 노출되지 않고 있다.

두번째, 국내 포탈의 강점인 블로그·카페·지식iN 콘텐츠도 전통적 배열에 머물고 있다. 아직도 ‘검색어 입력 → 결과 클릭 → 댓글 보기’ 방식이 유지되고 있다. 사용자 맞춤 요약, 프롬프트형 큐레이션 등은 미적용이다.

세번째, 뉴스도 백화점식 배열 유지 중이다. "오늘의 요약" 형태가 있긴 하지만, AI 생성 기반은 아니다. 

좀 더 솔직하게 말하자면 국내 포탈 사업자들은 포탈 서비스 자체를 개선하려는 의지가 있는지 의문이 들 정도이다. 커머스를 중심으로 하는 버티컬 서비스를 확장하는데만 머물러 있는 상태가 제법 오래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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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왜 지금 전환해야 할까?
AI 시대의 포탈은 단순히 검색창을 개선하는 수준으로는 부족하다. 이제는 "나의 상황과 맥락을 이해하고, 먼저 제안하고 실행까지 돕는" 에이전트가 되어야 한다. 이미 다양한 AI 서비스의 등장으로 검색 포탈을 거치지 않고, 정보를 접근하는게 일반화되었다. 생존이 걸려있는 시기이다.

  • 사용자 기대의 변화: 단순 정보보다,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원한다.
  • 글로벌 경쟁 압박: 구글, MS, OpenAI는 이미 제품 전반에 AI를 심고 있다.
  • 생존 포인트 전환: 검색·광고·트래픽 위주의 포털은 이제 행동을 이끄는 플랫폼으로 업그레이드가 필요하다.
검색 포탈의 필요성은 여전히 유효하지만, 이제는 검색→대화→행동이라는 '문맥적 경험 흐름'으로 전환해야 한다. 국내 포탈은 지금 이 흐름의 중간 지점에 서 있다. 이제, 사용자가 말하면, 바로 답하고 다음 행동까지 이끄는 플랫폼으로 진화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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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편에서는 다소 조심스럽지만... Daum이 독립 포탈로서 정치적 부담에서 벗어나 어떻게 AI 퍼스널 미디어로 재도약할 수 있는지 이야기를 해볼까 한다.
2025/07/18 13:28 2025/07/18 1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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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토스앱은 마치 ‘커뮤니티형 플랫폼’ 같다
개인적으로 지인들에게 자주 하는 이야기이다.  토스를 단순히 '잘 만든 금융앱'이라 설명하기엔 무언가 부족하다. 계좌 이체, 카드 결제, 주식 조회 같은 전통적 기능은 물론이거니와, 매일 자산 리포트가 푸시로 오고, 소비 리포트가 메시지처럼 도착하며 신용점수와 보험 보장 상태까지 실시간으로 알려주는 구조이다.
 
겉으로 보기엔 금융앱이지만, 실제 작동 방식은 플랫폼에 가깝고, 정서적 설계는 커뮤니티에 더 가까운 편이다. 게다가 토스는 금융을 ‘기능’이 아니라, ‘일상 속 관계’로 설계를 하고 있다. 가장 극명한 차이는 ‘체류 시간’이다. 2024년 11월 기준, 토스의 1인당 월간 평균 체류 시간은 177분으로 KB스타뱅킹(24분), 신한쏠(16분), 우리WON(13분)과 비교해 7~13배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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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단순한 금융처리가 아니라,  앱내에 ‘머물며 경험하는 금융’이다. 이 순간부터 토스는 은행이 아니라, 하나의 참여형 콘텐츠 플랫폼으로 기능한다.
 


2. 왜 지금까지 과도한 개입이 피로하지 않았을까?
보통 푸시 알림이 잦아지면 사용자 피로도가 빠르게 찾아온다. 그러나 토스는 예외였다. 핵심은 푸시의 내용이 ‘광고’가 아니라 ‘내 자산’이라는 점이다. 쿠팡의 특가 알림은 무시해도 되지만, “신용점수가 떨어졌습니다”라는 메시지는 무시하기 어렵다.
 
토스의 알림은 정보 전달을 넘어서 행동을 설계한다. “예산을 초과했습니다”는 경고가 아니라
소비 습관을 조정하도록 유도하는 인터페이스다. 그래서 사용자 입장에선 'Push’가 아니라 ‘Care’, ‘개입’이 아니라 ‘도움’처럼 받아들여진다. 이 정서적 UX 설계가 피로를 피하면서도 반복 사용을 가능하게 만든 비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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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토스는 콘텐츠고, 게임이며, 커뮤니티다
토스는 전통 금융앱처럼 기능을 단순 통합한 것이 아니라, 금융을 콘텐츠화하고, 참여와 반복의 미션으로 포장한 구조를 취하고 있다.
  • 신용점수 변화에 따라 ‘뱃지’를 제공하고
  • 송금 미션을 완료하면 리워드가 주어지며
  • 보험 점검은 퀘스트처럼 수행되고
  • 월간 리포트는 콘텐츠 피드처럼 도착하며
  • 복주머니 같은 시즌성 이벤트로 앱 방문을 유도한다
 
이는 전형적인 커뮤니티 UX, 혹은 게임 UX에 가깝다. 사용자는 ‘서비스를 이용’하는 것이 아니라, ‘앱 안에서 반응하고 참여’하게 만들어냈다.
 


4. 사람에서 비롯된 구조, 문화에서 파생된 서비스
앞서 살펴본 것처럼 토스는 게임처럼 작동하고 커뮤니티처럼 관계를 유도한다. 
그렇다면 왜 이렇게 설계되었을까? 이 질문에 대한 개인적인 해답은 전략이나 UI 설계 이전에 ‘사람’과 ‘문화’에 있다고 본다.
 
이승건 대표는 금융권 출신이 아닌  치과의사 출신이다. 초기 팀 구성도 은행원이 아니라, 스타트업 경험이 풍부한 디자이너, PO, 마케터, 개발자들이 중심이었다. 서비스 기획보다는 리텐션, 전환, 피드백 루프 설계에 익숙한 인물들이 많았다.

이들은 금융을 ‘상품’이 아니라 ‘사용자 행동의 흐름’으로 바라봤다. 그 결과:
  •  알림은 피드백이 되었고
  • 카드 내역은 리포트가 되었으며
  • 자산 현황은 콘텐츠가 되었고
  • 보험 안내는 미션이 되었다
 



토스의 커뮤니티적 특성은 기획에서 나온 게 아니라 사람에게서 스며든 것이다. 그 문화는 지금까지 토스를 독보적인 위치에 올려놓았지만, 이제는 오히려 관계의 무게와 개입의 피로를 어떻게 다룰 것인가라는 새로운 질문을 만들어내고 있다.
 


5. 정밀한 설계가, 피로를 낳는 순간
최근 사용자들 사이에서는 “알림이 부담스럽다”, “리포트가 뻔하다”, “복주머니 성가시다” 같은 피드백이 늘고 있다. 이는 단순 기능 피로가 아니다. 지나치게 정교한 구조, 즉 오버엔지니어링(overengineering)의 결과이다.
 
  • 보험 부족 알림을 받아도 해결할 방법이 없다면 → 스트레스로 전환
  • 신용점수 하락이 반복되면 → 무력감으로
  • 똑같은 리포트가 계속 오면 → 콘텐츠 반복 피로
 
특히 주목할 점은 “금융앱이 피로하다”는 표현 자체가 이례적이라는 것이다. 금융앱은 원래 들어가서 이체만 하고 나오는 도구였다. 그런데 토스는 매일 상호작용하고, 말을 걸고, 반응을 요구한다. 사용자는 자연스럽게 금융을 쓰는 게 아니라, 플랫폼에 소속된 느낌을 받는다. 즉, 이건 금융 서비스 피로가 아니라 커뮤니티 서비스의 피로와 결이 같다.

이러한 평가는 정성적인 부분에 머물지 않고 이탈률 지표로도 확인된다 
  • 2025년 6월 기준 1개월 이탈률: 19.7%
  • 7~9월 예측 이탈률: 16.4%
  • 6개월 누적 이탈률: 약 25% 수준(출처: IGAWorks, 모바일인덱스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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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략 토스앱의 이탈율을 1개월로 보자면 5명 중 1명이 이탈하는 수준이다. 이는 평균적인 금융앱보다 약간 높은 편이며, 커뮤니티형 슈퍼앱 중에서는 평균 또는 살짝 위 수준입니다. 적어도 체류 시간은 길지만, 충성도는 짧아지고 있다는 '경고' 정도에 해당하는 수치이다. 즉,  토스는 커뮤니티의 법칙을 정면으로 마주하고 있는 상태이다.



6. 체류 시간은 긴데, 수익은 짧다
토스는 사용자 락인(lock-in)에는 성공했지만, 수익화에는 여전히 어려움을 겪고 있다.
 
  • 2023년 연결 기준 매출: 7,946억 원
  • 당기순손실: 약 1,300억 원(출처: 금융감독원 전자공시)
보험, 커머스, 쇼핑, 카드 등 확장 시도는 있었지만, 대부분의 사업이 PMF(Product-Market Fit)를 확보하지 못한 채 유지되고 있다. 게다가,
 
  • 광고 수익화와 커머스는 금융 신뢰성과 충돌
  • 금융상품 중개는 규제 리스크가 동반됨

결국 토스는 많은 사람을 붙잡았지만, 쉽게 돈으로 전환되지 않는 구조적 한계에 직면해 있다.



7. 마무리하며
토스는 단순한 금융앱이 아니다. 그것은 사람과 감정, 반복과 반응, 그리고 관계의 조정까지 포함된 커뮤니티형 플랫폼이다. 지금 토스는 기술적 완성도보다 더 어려운 과제를 마주하고 있다.

‘얼마나 개입해야 할까?’
‘어디까지 Care로 받아들여질까?’

정답은 없지만, 방향은 분명하다. 지속 가능한 플랫폼은 더 많은 기능보다, '덜 간섭하면서도 오래 관계 맺을 수 있는 설계’에서 비롯된다. 토스는 이제, 그 ‘균형의 기술’을 보여줘야 할 타이밍에 와 있다.
2025/07/17 09:11 2025/07/17 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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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서비스 기획의 기본

VM 기반 피처폰 시절부터, 대형 포털의 모바일 서비스와 유통 서비스까지 다양한 분야의 디지털 서비스를 기획하고 만들어왔다. 그 과정에서 가장 기본이자 핵심으로 여겨졌던 질문은
  • “어떻게 하면 사용자가 더 오래 머무르게 할 수 있을까?”
  • “어떻게 하면 재방문을 유도하고, 콘텐츠 소비를 촉진할 수 있을까?”

이를 위해 개인화, 콘텐츠 배열, 랜딩 전략, 푸시 알림 설계 등 수많은 UX 기법과 후킹 전략을 고민해왔다. 이러한 노력은 그야말로 서비스 기획의 기본 중에 기본이었고, 대부분의 비금융 서비스에서는 여전히 유효한 접근이기도 하다.



2. 기본이 달라지는 금융 서비스
처음 금융 서비스를 만들었을 때 가장 큰 어려움은 바로 이 지점이었다. 금융 서비스는 사용자가 오래 머무를수록 좋은 서비스가 아니다. 오히려 반대에 가깝다.

  • 카드 결제는 가능한 한 빠르게 끝나야 좋고,
  • 주식 거래는 내가 신경 쓰지 않아도 적정 시점에 자동으로 매도되면 만족스럽고,
  • 보험금 청구는 사진 한 장으로 끝나고 계좌로 입금되면 더할 나위 없습니다.

사용자는 금융 서비스에 오래 머무는 걸 원하지 않는다. ‘플랫폼’이라는 이름 아래 사용자의 체류시간을 늘리려는 시도는, 공급자 중심의 관점일 뿐이다. 물론 예외적으로 ‘토스’처럼 금융 UX를 콘텐츠 중심으로 재해석해낸 사례도 있지만, 그것은 구조를 뒤엎는 방식이었지 연장선은 아니었다.



3. AI와 금융서비스의 만남
최근 금융권에서는 생성형 AI에 대한 관심과 도입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많은 분들이 그 이유를 묻곤 하는데, 저는 그 답이 금융 서비스의 본질에 있다고 생각한다.

알아서 결제가 되고, 알아서 주식이 팔리고, 보험금이 자동 청구되고, 내 자산이 자연스럽게 늘어난다.

이처럼 ‘알아서’, ‘자동으로’와 같은 표현이 반복되는 서비스는 AI, 특히 생성형 AI와 가장 높은 궁합을 보일 수밖에 없다. 사용자가 뭔가를 하지 않아도 상황을 인식하고, 필요한 결과를 ‘생성’해서 제공하는 방식은 금융의 이상적인 사용자 경험과 정확히 맞닿아 있다.

금융이라는 산업 특성상 규제와 안정성이라는 현실적인 제약은 존재한다. 하지만, 기술적 관점에서는 구현 가능한 시나리오가 무궁무진하며, 서비스적 상상력은 이제 막 출발선에 섰다고 볼 수가 있다.



4. 이미 좋은 사례들이 시도 중

4.1. JP모건 – 자연어 기반 포트폴리오 설계
JP모건은 생성형 AI 기반의 자산관리 모델인 'IndexGPT'를 실험하고 있다. 이 서비스는 사용자가 텍스트 한 줄로 자신의 투자 목표와 조건을 설명하면, AI가 이를 바탕으로 최적의 인덱스 포트폴리오를 설계해주는 구조다. 예를 들어, "5년 안에 1억을 모으고 싶은데, 중위험 중수익으로 구성해줘"와 같은 문장을 입력하면, 투자 비중과 구성 종목을 AI가 자동으로 제시한다.

이 서비스는 기존 로보어드바이저와 달리, 사용자가 직접 설계 흐름을 주도할 수 있으며, 고액 자산가 중심의 포트폴리오 설계 경험을 일반 사용자에게도 확장시킨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성과 지표는 정확한 발표가 된 것은 없지만, AI 도구 도입 이후 자산 및 고객 기반 확대되었다고 한다.(일부 AI 도구가 고객 수 50% 증가 유도) 내부적으로는 사용자 세분화 없이 개인화된 자산 설계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서비스 확장의 잠재력이 크다는 평가다.


4.2. 웰스파고 – 금융 비서형 AI 에이전트 'Fargo'
웰스파고는 자체 AI 에이전트인 'Fargo'를 도입해 사용자 경험 전반을 재정의했다. 이 에이전트는 사용자의 예산, 지출 내역, 결제 일정 등을 종합적으로 파악하고, 예상 잔액 부족이나 반복 지출 예측 등의 사전 안내를 제공한다. 단순히 질문에 답하는 챗봇이 아니라, 사용자의 재무 흐름을 바탕으로 먼저 알림을 주고, 필요한 조치를 제안하는 방식이다.

2024년 기준으로 2억 4천 5백만 건 이상의 상호작용 처리(2023년 대비 10배 이상 증가)를 하고 있으며, 사기 탐지 기능 및 운영 효율화도 동시 추진 중이다.

4.3. Revolut (영국) – AI 예산 및 소비 관리 도우미
AI 기반 예산 설정 기능, 소비 경고, 목표 달성 알림 등의 Way-forward 기능 제공하고 있는 스타트업이다. 정확한 사용자 수나 효과 지표는 공개되지 않았지만, 2023년 매출 18억 파운드로 전년 대비 95% 증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5. 국내 금융기업들의 움직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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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금융 기업들도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그런데, 자세히 살펴보면 여전히 '고객 응대 자동화'에 머물러 있는 경우가 많다. 챗봇, 상담센터 자동화, FAQ 대응 고도화 같은 영역은 기존 프로세스의 디지털화일 뿐이고, 진짜 의미 있는 AI 활용—그러니까 '알아서 잘'되는 경험을 제공하는 것—은 아직 거의 시도되지 않거나, 내부 테스트 단계에 머물러 있다.

물론, 이유가 있다.

5.1. 규제 리스크와 책임 소재 회피
AI가 고객 대신 의사결정을 ‘알아서’ 수행하기 위해서는 그 결과에 대한 법적 책임을 명확히 해야 한다. 하지만, 금융 분야는 규제 강도가 높고, 사고 발생 시의 위험 부담이 크기 때문에 대부분의 기업이 보수적인 접근을 취할 수밖에 없다. “이 종목을 추천합니다”가 아니라 “이 종목이 자주 검색되고 있어요” 같은 우회적 표현이 반복되는 것도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5.2. 조직 문화와 시스템의 경직성
대부분의 금융사는 여전히 중앙 집중형 IT 구조를 갖고 있고, 새로운 기술이나 프로세스를 도입하기 위한 검토 및 승인 과정이 매우 느리다. 시범 운영은 가능하더라도, 그 결과를 전사 서비스로 확장하는 데는 또 다른 장벽이 존재한다. 내부적으로 AI가 ‘파일럿 프로젝트’로만 반복되는 이유다.

5.3. 고객 데이터와 의도 간의 거리
생성형 AI가 잘 작동하려면, 사용자의 의도(intention)를 명확하게 파악할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금융 데이터는 매우 구조화되어 있고, 사용자 행동의 맥락이 부족한 경우가 많다. ‘지출을 줄이고 싶다’, ‘이번 달 생활비가 빠듯하다’는 사용자의 상황을 데이터로 유추해내는 건 아직까지 상당히 어렵다. 결국 현재 국내 대부분의 금융 AI는, 사용자가 먼저 요청을 해야만 반응하는 소극적인 구조에 머물러 있다.



6. 그래서 어떻게 할 것인가
금융 서비스와 생성형 AI는 그 자체로 높은 궁합을 가진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아직도 상담 자동화나 응대 효율화 수준에 머무르고 있고, 그 원인에는 강한 규제와 관료적 조직 구조가 자리하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이 상황을 단순히 ‘규제를 없애야 한다’는 말로 정리할 수는 없다. 오히려 지금은 규제 환경 안에서 AI가 할 수 있는 역할을 재정의하는 작업이 먼저 필요하다.

첫 번째 방향은, AI의 개입 가능 구간을 정교하게 설계하는 것이다. 사용자의 자산을 직접 관리하거나 자동으로 거래를 실행하는 기능은 당연히 규제의 사각지대에 놓이기 쉽다. 하지만, 사용자의 자산 흐름을 예측하고 이상 패턴을 감지하거나, 복잡한 정보를 이해하기 쉽게 재구성하는 등의 ‘비결정 영역’은 이미 다양한 가능성이 열려 있다. 생성형 AI는 단순 정보 전달이 아니라, 맥락을 해석하고 사용자에게 다음 행동을 제안하는 데에 매우 적합하다. 문제는 기술이 아니라, 이런 구조를 설계하는 기획의 수준이다. 규제를 피해 가는 게 아니라, 규제 안에서 ‘사용자의 부담을 줄이고 만족도를 높이는 흐름’을 설계해야 한다.

두 번째 방향은, 금융사와 AI 전문 기업 간의 협력 모델 구축이다. 금융사의 책임 구조는 단단해야 한다. AI의 판단 오류가 곧 금융사 전체의 신뢰도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내부적으로 AI 전권을 주는 데에는 분명한 한계가 있다. 따라서, AI 기술은 외부에서 ‘전문 툴’처럼 제공하고, 금융사는 이를 조정자 혹은 최종 결정권자로 두는 협력 구조가 현실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 금융사 내부에서 모든 AI 모델을 만들고 운영하려 하기보다는, AI를 ‘서비스화된 도구’로 받아들이고, 이를 유연하게 연동하는 방식이 더 빠르고 안전하다.

세 번째 방향은, 규제가 상대적으로 덜한 글로벌 시장을 전략적으로 활용하는 것이다. 국내 규제가 복잡하고 AI 실험이 제한적인 상황이라면, 금융사가 직접 해외에 진출하거나 현지 파트너와 함께 ‘AI 기반 금융 서비스 샌드박스’를 시도하는 것도 가능하다. 특히 동남아시아, 중남미, 아프리카 일부 국가 등은 금융 접근성이 낮고, 디지털 전환 수요가 높기 때문에 새로운 서비스 실험에 열려 있다. 이러한 시장에서 사용자 중심의 생성형 AI 금융 경험을 구축하고, 그 성과와 데이터를 통해 역으로 국내 시장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전략도 유효하다.

지금 필요한 건, 규제를 없애자는 선언이 아니라,  규제 안에서 가능한 ‘AI 경험 설계의 정교화’이다. 사용자 자산을 직접 만지지 않더라도, 충분히 AI가 개입할 수 있는 지점은 많다. 그리고 그 설계 능력은 곧, 금융사가 미래 고객과 만나는 방식의 핵심 경쟁력이 될 것이다.
2025/07/15 15:29 2025/07/15 1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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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AI가 모바일 앱에 미치는 영향
최근 몇 년간 생성형 AI 기술이 급속도로 발전하면서, 모바일 앱 생태계에도 지각변동이 일고 있다. 많은 이들이 “AI가 모바일을 뒤흔들고 있다”고 느끼지만, 그 체감은 아직 막연하다. 그러나 앱스토어 차트를 비교해보면, 이 변화가 감각의 문제가 아니라 구조의 변화임을 알 수 있다.

실제로 5년 전인 2020년의 앱스토어 상위권을 보면 TikTok, Instagram, Zoom, WhatsApp 등 소셜, 커뮤니케이션, 영상 중심의 앱들이 주를 이뤘다. 대부분은 사용자 간 연결, 콘텐츠 소비, 또는 커뮤니케이션을 중심으로 한 앱들이었고, AI는 단지 백엔드 기능으로 숨어 있는 수준이었다.

하지만 2025년 현재의 앱스토어 상위 차트는 전혀 다른 양상을 보여준다. 대표적으로 OpenAI의 ChatGPT는 여러 국가에서 앱스토어 1위를 차지하고 있으며, 중국계 LLM 기반 서비스인 DeepSeek 역시 미국과 한국 등지에서 무료 다운로드 순위 최상위권을 기록하고 있다. 그 외에도 AI 이미지·영상 생성 도구인 Picsart, Lensa, AI 추천 기반 디자인 플랫폼인 Canva, AI 생산성 앱인 Notion AI 등도 주요 순위권에 올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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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기준으로 iOS 미국 앱스토어 상위 무료 앱 10위권 중 약 30% 이상이 AI 중심 앱으로 분석되며, 이는 5년 전과 비교하면 세 배 이상 증가한 수치다. 앱스토어 순위는 사용자 사용량, 체류시간, 설치율 등 실질적 데이터를 기반으로 결정되기 때문에, 이 변화는 단순한 유행이나 마케팅 효과가 아닌 모바일 앱 사용 행태의 전환을 반영한다고 볼 수 있다.

이는 단순한 기능의 고도화를 넘어, 앱의 존재 방식 자체가 바뀌고 있다는 강력한 증거다. 앱이 “실행되는 것”이 아니라, “AI가 필요한 기능을 호출해서 사용자에게 결과를 주는 것”으로 전환되고 있는 것이다.



2. AI 기술로 인한 5가지 모바일 서비스 구조 변화
AI는 단지 새로운 앱 몇 개를 만들어낸 것이 아니다. 모바일 사용자 경험 자체를 근본적으로 뒤흔들고 있다. 특히 아래 다섯 가지 유형은 단기 트렌드를 넘어선 구조적 변화로 보인다.

2.1. 명시적 조작 → 암묵적 위임
기존의 모바일 앱은 사용자가 직접 조작하는 방식이 전제였다. 앱을 열고, 기능을 찾아가며, 버튼을 누르고, 입력을 해야 했다. 하지만 지금은 사용자가 목적만 말하면 AI가 알아서 기능을 수행한다. 대표적으로 갤럭시 AI의 통화 요약, 웹 페이지 요약, iOS의 Siri와 Spotlight 연동 기능은 사용자의 행동을 최소화하면서도 맥락을 이해해 실행한다. '조작'이 아니라 '의도 전달'이 되는 것이다.

2.2. 사용자 주도 흐름 → AI 주도 흐름
기존의 UX는 사용자가 무엇을 할지 선택하면서 흐름을 만들어갔다. 그러나 이제는 AI가 먼저 ‘다음 액션’을 제안한다. 예를 들어 당근마켓의 AI 글쓰기 기능은 사용자가 제품 사진만 올리면 모델명, 카테고리, 설명, 추천 가격까지 알아서 채워준다. 사용자는 그저 확인만 하면 된다. 토스 역시 사용자의 지출 내역을 바탕으로 예적금, 투자, 신용카드 리포트를 선제적으로 보여주는 등 정보 입력과 사용 흐름의 주도권이 AI에게 넘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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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정적인 추천 → 생성형 초개인화
과거의 개인화는 ‘비슷한 사용자 군’을 기반으로 한 추천에 가까웠다. 그러나 생성형 AI는 사용자 맥락을 기반으로 콘텐츠 자체를 새로 만들어준다. 예를 들어 Spotify의 AI DJ는 시간, 날씨, 최근 감상 이력을 종합해 음성과 함께 맞춤 선곡을 제공하고, TikTok은 크리에이터의 스타일과 목적에 따라 영상 스크립트와 자막, 배경음악까지 추천한다. ‘나에게 맞는 것을 골라주는 것’에서 ‘나를 위한 콘텐츠를 만들어주는 것’으로 진화 중이다.

2.4. 단일 앱 중심 → 에이전트 기반 메타 서비스
전통적인 모바일 경험은 하나의 앱 안에서 모든 것을 해결하는 방식이었다. 기껏해봐야 Deep Link를 통해 특정 화면을 불러오는게 전부였다. 그러나 AI는 이제 여러 앱을 넘나들며 작업 흐름을 자동으로 연결하는 메타 에이전트로 진화하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완성도에 있어서 여러 논란이 있기는 하지만) Rabbit R1이나 Humane AI Pin 같은 AI 전용 디바이스다. 이들은 특정 앱을 열지 않고도 음성 명령만으로 배달을 시키거나, 일정을 등록하거나, 정보를 찾는다. 말 그대로 '워크 플로우'와 '파이프라인'이 서비스 자체가 되는 시대가 열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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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소비형 서비스 → 생성형 프로슈머 서비스
AI는 콘텐츠 제작의 문턱을 획기적으로 낮췄다. 과거에는 전문가만 할 수 있었던 블로그 글쓰기, 영상 편집, 디자인 작업이 이제는 누구나 가능한 일이 되었다. 예를 들어 Canva Magic 기능은 키워드 몇 개만으로 프레젠테이션을 만들어주고, Notion AI는 회의록 정리, 문서 요약, 기획안 초안을 자동 생성한다. TikTok의 자동 스크립트 기능, 인스타그램 릴스의 자동 편집 기능도 모두 사용자 역할을 소비자에서 생산자(프로슈머)로 확장시키고 있다.



3. 아직은 시작점
AI 기술이 모바일을 빠르게 변화시키고 있지만, 현실적으로는 아직 ‘모든 앱이 AI화된 세상’까지는 거리가 있다. 그 이유는 크게 기술적 한계와 생태계 특성 때문이다.

3.1. 기술적 한계
대부분의 AI 기능은 여전히 클라우드 기반 연산에 의존하고 있다. 모바일 기기에서 생성형 AI 모델을 온전히 구동하기에는 배터리, 처리속도, 데이터 사용량 등의 한계가 존재한다. 예컨대 iOS 18이나 Galaxy S24 시리즈처럼 일부 기능만 온디바이스로 처리하고, 나머지는 서버 연산으로 보완하는 방식이 현실적인 타협이다. 즉, 기술은 빠르게 진화 중이지만, 사용자 입장에서 "빠르고 가볍고 매끄럽게" 느껴지는 수준에는 아직 도달하지 못했다.

3.2. 생태계 관점
많은 앱들이 이미 AI를 도입했지만, 대부분은 그것을 겉으로 드러내지 않는다. 예를 들어 토스의 소비 분석, 당근의 상품 분류, 인스타그램 릴스의 자동 편집 기능 등은 AI 기술로 구동되지만, 사용자는 이를 “AI 기능”으로 인식하지 않는다. 또한 기존의 강력한 앱들은 이미 사용자 기반과 브랜드 신뢰를 확보하고 있기 때문에, 새로운 AI 네이티브 앱들이 앱스토어 상위권을 장악하기엔 진입장벽이 높다.



4. 헤게모니의 이동
기술의 완성도는 어느 정도 해결이 되었고, 산업 생태계와 그 헤게모니를 가진 사업자의 문제이다. 웹 시대에는 검색 포털이 패권을 쥐고 있었고, 모바일 앱 시대로 접어들며 앱스토어를 장악한 플랫폼 사업자(애플, 구글)가 헤게모니를 가져갔다. 그렇다면 AI 시대의 모바일에서는 누가 중심이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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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기업이 될지는 예측하기는 힘들지만, 중요한 것은 'Agent'라는 접점을 소유하고 사용자 채널이 되는 서비스가 헤게모니를 가지데 될 것이라는 점이다. 

다만, 지극히 단기적으로 보면, 지금 이 시점의 모바일 AI 경험은 앱도 플랫폼도 아닌 ‘프롬프트’가 핵심이 되고 있다. 사용자는 앱을 실행하는 것보다, 어떤 프롬프트를 쓰느냐, 어떻게 질문하느냐에 따라 결과의 질이 달라진다는 걸 점점 더 체감하고 있다.

이로 인해 중심은 ChatGPT나 Claude 같은 앱 그 자체보다는, 프롬프트를 공유하고 학습하는 커뮤니티와 SNS로 이동하고 있다. 유튜브에는 “잘 되는 블로그 프롬프트 TOP 5”라는 콘텐츠가 넘쳐나고, 트위터(X)에서는 매일같이 최신 GPT 프롬프트가 공유된다. 프롬프트는 이제 새로운 언어적 인터페이스이자 콘텐츠가 되고 있다.

사용자의 중심이 ‘앱’에서 ‘프롬프트’를 거쳐서 '에이전트'로, 그리고 ‘조작’에서 ‘의도 전달’로 이동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단순한 UX의 변화가 아니라, 모바일 생태계의 권력 구조가 재편되는 현상이기도 하다.


5. 결론
AI는 이제 더 이상 별도의 기술이 아니다. 그것은 모바일 서비스 전반에 걸쳐 기능, 경험, 권력의 중심을 뒤바꾸고 있다. 모바일 앱은 여전히 존재하지만, 사용자 입장에서는 앱을 여는 것보다 무엇을 말하느냐가 더 중요해진 시대다.

앞으로의 모바일은 “앱의 시대”가 아니라, “의도의 시대”, “맥락 중심의 서비스 시대”로 진입하고 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AI가 있으며, 당분간 빠르게 변화될 것이다.
2025/07/15 13:56 2025/07/15 1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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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우저 시장이 다시 한번 요동치고 있다. 이제는 단순한 속도 경쟁이나 UI 차별화가 아니라, AI 기반의 지능형 브라우저라는 새로운 흐름이 등장했다. Chrome과 Naver Whale, Safari를 중심으로 한 기존 시장 구조와, 최근 Perplexity와 OpenAI가 선보인 AI 브라우저 흐름까지 정리해본다.

1. 브라우저 시장 점유율 – 글로벌과 한국

1.1. 글로벌 기준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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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C는 Chrome이 약 68% 점유, 그 외 Edge, Safari, Firefox는 한 자릿수 비중

  • 모바일은 Chrome이 60% 이상, Safari가 30% 내외
전 세계적으로는 Chrome의 독점 구조가 여전하다.

1.2. 한국 기준


한국에서는 Chrome이 여전히 강세지만, Samsung Internet과 Whale의 점유율이 글로벌 대비 높다. 특히 Whale은 모바일에서 10% 이상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것이 인상적이다.


2. 브라우저와 서비스의 관계

단순한 제품 성능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점유율 구조다. 이제 브라우저는 단독 제품이 아니라, 서비스와 결합된 UX의 일부라고 보는 게 맞다.


2.1. Chrome

  • Google 계정 기반의 Gmail, Docs, Drive, YouTube, Search 등과 유기적으로 연결됨
  • 사용자의 온라인 생활 전체를 아우르는 플랫폼


2.2. Naver Whale

  • 네이버 블로그, 카페, 검색, 쇼핑, 메일 등과 밀접하게 연결
  • 특히 웨일북·교육시장에서의 보급이 점유율을 견인


2.3. Safari

  • Apple 생태계 안에서의 기기 연동은 뛰어나지만, 웹 기반 서비스 연결성은 약함
  • 결과적으로 점유율도 iOS 점유율 이상으로 확장되지 않고 있음

이 흐름을 보면, 이제 브라우저의 성공은 기능이나 속도가 아니라 
어떤 서비스와 얼마나 자연스럽게 연결되어 있는가에 달려 있다.


3. 최근 등장한 AI 브라우저 흐름

3.1. Perplexity와 OpenAI의 움직임


3.2. 이들이 브라우저를 만드는 이유

단순히 브라우저 시장에 진입하려는 게 아니다. 브라우저는 사용자의 일상적인 디지털 행동의 출발점이기 때문에, 자사 AI 서비스를 기본값(default) 으로 심어놓기 위한 전략적 채널이다.

3.3. Perplexity vs OpenAI 전략 비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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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 다 브라우저를 통해 자사의 AI 경험을 확장하려는 의도는 같지만, 방향은 조금 다르다.


3.4. 아직은 'AI + 사이드바' 수준

지금 나와 있는 AI 브라우저는, 솔직히 말해 기존 Chrome에 확장 프로그램 하나 더 깐 정도의 경험이다. 기존 브라우저를 대체할 만큼의 매력은 아직 부족하다고 판단된다.


4. 사용자 입장에서의 진짜 가치

사용자가 브라우저를 바꾸는 이유는 단 하나다.
"기존 브라우저로는 못 하던 걸 할 수 있어야 한다."
지금의 AI 브라우저들이 제시하는 기능—웹페이지 요약, 질의응답, 추천, 콘텐츠 탐색 자동화 등—은 대부분 기존 브라우저에 확장 프로그램만 깔면 되는 수준이다. 브라우저를 통째로 바꿔야 할 만큼의 절실한 차별성은 아직 없다. 게다가 AI 브라우저가 제공하는 서비스 연계성도 충분히 매력적이지 않다.

2장에서 이야기 했던 것 처럼 Chrome은 Gmail, Docs, Drive, YouTube, Meet 등 Google 생태계 전체와 유기적으로 연결된다. Whale은 네이버 블로그, 카페, 검색, 쇼핑, 메일, 웨일북 등 네이버 중심 서비스와 바로 연동된다. 면, Perplexity나 OpenAI가 제시하는 AI 브라우저는 어떤가?

현재는 대부분 '웹 요약'이나 '질문 응답'의 수준에서 멈추고 있다. 그 성능과 발전 가능성이 무궁무진한 AI 이긴 하지만, UI/UX의 형태는 '채팅' 수준에 머물고 있다. 사용자가 평소 자주 쓰는 웹 서비스(검색, 커머스, 콘텐츠, 생산성 도구)와 깊은 통합은 아직은 먼 이야기이다.

단순히 AI가 페이지를 요약해주고, 질문에 답해주는 것이 전부라면 사용자는 “그냥 ChatGPT 켜서 물어보면 되는데?”라고 생각하게 된다. 사용자 입장에서 매력적인 서비스 연계라면
  • 내 Gmail에서 메일을 읽고 요약한 뒤, 바로 회신까지 작성해주고 전송까지 해주는 흐름
  • 검색 결과를 스크랩하고 비교하고 추천한 뒤, 쇼핑몰 결제까지 넘겨주는 자동화
  • 캘린더 일정을 읽고, 회의 링크를 생성하고, 회의 후 요약을 정리해주는 연계
정도는 되어야 한다. AI 브라우저는 이런 수준의 실질적인 서비스 간 연계 흐름이 부족하다. 단지 "웹에 있는 정보를 요약해서 보여주는" 수준이라면, 이는 브라우저 교체를 유도하기엔 너무 약하다.


5. 지금은 “차별화 초기” 단계

지금의 AI 브라우저 흐름은 여전히 공급자 중심의 실험에 가깝다. 사용자 입장에서는 “그냥 ChatGPT 열면 되잖아”가 더 자연스럽다. 

결국 중요한 건 AI 기능이 아니라 사용자 경험 전체를 어떻게 재구성할 것인가다.이게 해결되지 않으면, AI 브라우저는 그냥 또 하나의 크롬 복제품으로 남을 가능성이 높다.이제 브라우저는 단순한 도구가 아니라, 서비스와 AI, 플랫폼 전략이 충돌하는 최전선이 되었다. 하지만 그 싸움이 사용자에게 어떤 가치를 줄 수 있느냐는 아직 검증되지 않았다.

물론, 본격적인 전쟁은 이제서야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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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7/10 13:53 2025/07/10 1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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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도비(Adobe)가 발표한 ‘2020년 디지털 트렌드(Digital Trends 2020)’에 의하면 지난해 고객 경험(Customer eXperience, 이하 ‘CX’)을 주도한 기업 5곳 중 2곳(40%)이 목표치를 초과하는 성과를 보였다. 반면에 CX에 투자하지 않았던 기업 중 사업 목표를 달성한 곳은 13%에 그쳤다. 또한, 아태 지역 기업 5곳 중 1곳(19%)은 올해 가장 주목하는 사업으로 CX 향상을 선택했고, 절반 이상(57%)은 CX 지원에 대한 기술 투자를 높이겠다고 답변했다. 굳이 이런 수치적인 내용을 소개하지 않더라도 "고객 경험이 중요하고 투자가 필요하다”는 주장에 이의를 달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사용자들이 제품이나 서비스를 이용하면서 경험하는 인지 반응을 통칭하는 '사용자 경험(User eXperience, 이하 ‘UX’)'에 비해서 CX가 회자되기 시작한 것은 최근이다. CX는 제품이나 서비스를 인지하는 순간부터 구입, 사용, 수리, 폐기, 재구매까지의 전체 과정에서 고객이 느끼는 경험과 정서를 말한다. 전통기업의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Digital Transformation, 이하 ‘DT’) 사업에서 주로 사용이 되었지만, 온·오프라인 채널 간의 구분이 모호해지고 O2O 서비스등이 발전하면서 최근에는 디지털 기업에서도 많이 사용되고 있다.
문제는 'CX가 중요하다'는 것은 모두 알지만, 어떻게 개선을 해야 하는지 모르는 기업들이 많다는 점이다. UX와의 차이점도 모르기 때문에 UX 전문가들을 영입해서 업무를 담당하게 하는 경우도 있다. FGI, UT(User Test), 사용자 여정 지도(User Journey Map), 페르소나(Persona), 프로토타입(Prototype) 등과 같이 다분히 UX의 기법에 머무는 것도 사실이다. 물론, UX 개선이 CX와 무관하지는 않지만 꾸미기 위주의 개선 업무로 치부해버리는 웃지 못한 현상이 발생하기도 한다.
이러한 현상을 향해 글로벌 시장조사기관인 포레스터 컨설팅(Forrester Consulting)은 “장식은 그만하고 쇄신을 하는 CX를 해야 한다(Stop decorating, Start renovating CX)”고 말하고 있다. 필자는 이러한 의견에 매우 동의한다. UX와 CX가 겹치는 영역이 있고 장식(decorating)도 필요하지만, 전통 기업의 현재 상황에서는 쇄신(renovating)이 더 우선한다는 의미로 받아드리면 되겠다. 조금 더 현실적인 표현으로 풀어보자면 CX는 디자이너와 서비스 기획 중심의 업무가 아닌 마케터와 비즈니스 기획, CRM전문가, IT 아키텍처 등의 업무로 해석하고 개선해야 한다. 이 이야기를 제대로 하자면 고객에 대한 정의부터 시작해서 복잡한 설명이 필요한데, 이번 칼럼에서는 CX의 관점에서 우선적으로 쇄신을 해야할 부분에 대해 몇 가지 이야기를 하면서 대신하고자 한다.
첫째, 고객을 이해할 수 있는 시스템을 전체적으로 재정비를 해야 한다. 디지털 기업들은 지나치리만큼 사용자(User)를 이해하기 위해 많은 투자를 하고 있다. 온라인 행태 정보를 수집하는 것은 물론이고 외부 시스템과 연계, 리서치, FGI, UT 등이 빈번하게 행해지며 결과물이 잘 정리되어 서비스에 반영이 된다. 반면에 전통기업들은 무심하리만큼 ‘고객’에 대해 무지하고, 그 심각함을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 남들 하는 것처럼 빅데이터 플랫폼을 만들고 온라인 행태 정보를 트래킹하는 시스템을 몇 십억을 투자해 구축하지만, 이를 살펴보거나 서비스 개선에 적용하려고 하지 않는다. ‘사용자’로 시작하는 디지털 기업들의 보고서와 달리, 전통 기업들의 보고서에는 ‘고객’에 대한 언급은 없고 공급자의 입장만 나열되어 있다.
DT 사업의 핵심 목표는 CX의 개선이고, CX의 중심에는 고객이 있어야 한다. 고객을 이해하지 못하고, 고객 중심의 사고를 하지 않는다면 DT 사업이 실패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결과이다. 기존 CRM 시스템과 빅데이터 플랫폼의 관계 설정, 온라인 고객 행태 정보 수집과 이를 활용하는 프로세스, 외부 데이터와의 연계를 통한 개인화와 고객 여정 지도(Customer Journey Map)등이 재정비되고 실제 프로젝트에 적용이 되어야 한다.
둘째, 전체 비즈니스 프로세스를 재정비해야 한다. 일부 사이트에서는 영국 은행앱들의 전체적인 프로세스를 비교해주고 있는데 전통기업과 디지털기업의 CX를 비교할 수 있는 매우 훌륭한 참고 자료이다. 예를 들어, 계좌 개설을 하는데 전통기업인 ‘퍼스트 다이렉트(First Direct)’는 총 120번, HSBC는 99번을 클릭해야 한다. 반면에 인터넷 전문 은행인 레볼루트(Revolut)는 24번으로 가능했다. 더구나 기존 은행들은 반드시 웹사이트에 한번 이상 가야 했지만, 인터넷 전문 은행들은 모바일앱만으로 계좌를 만들 수 있었다.
UX의 관점에서 이를 해결하기란 쉽지 않다. 퍼스트 다이렉트나 HSBC의 모바일앱이 불편한 것은 기존 비즈니스 프로세스를 유지하고 이를 디지털로 옮겨놓았을 뿐(Digitalization)이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전통기업이 이렇게 디지털을 단순한 채널로 보고 있다. 디지털은 이제는 새로운 비즈니스이며 피할 수 없는 변화이다. 비즈니스 기획, 마케터, DT 담당 부서 등에서 전체 업무 프로세스를 고객 중심으로 구성하고 디지털 친화적으로 재정비를 해야 할 필요가 있다.
셋째, 기존(Legacy) 시스템의 전체적인 상황을 재점검하고 구축해야 한다. 전통기업들의 모바일 서비스를 보면 대체로 느리고 불안정하다. 앱스토어의 댓글을 보면 대부분 기본적인 속도와 안정성에 대한 불만으로 가득 차 있다. 이렇게 된 근본적인 원인은 기존 시스템이 노후화됐고 오래된 아키텍처와 기술 스택이 개선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국내 금융권의 일부 서비스에는 아직도 COBOL로 작성된 모듈이 있는데, 아무도 그 모듈을 고칠 수가 없어서 계속 유지한다는 이야기가 종종 들리곤 한다.
모바일앱에 대한 개발 완성도를 아무리 높이더라도, 핵심 데이터를 가지고 있는 기존 시스템이 느리고 불안정하다면 개선이 불가능해진다. 핵심 시스템을 클라우드로 옮기고 전체적인 아키텍처를 유연하게 구성할 필요가 있다. 국내 대형 기업이 좋아하는 ‘차세대 프로젝트'를 활용하거나 U2L 프로젝트를 수행하면서 조금씩 이동하고 개선을 해야 한다. 다만, 앞에서 이야기했던 비즈니스 프로세스와 기존 시스템 개선에 대한 시도 자체가 불가능한 기업들이 종종 있다. 그렇다면, 아예 상품이나 고객을 디지털 전용으로 이원화하는 CIC(Company In Company), BIB(Bank In Bank) 등과 같은 전략적인 판단이 요구될 수 있다.
전통 기업에서 DT 사업을 수행하고 있으면 근본적인 문제점을 해결하려는 ‘쇄신'보다는 눈에 보이는 조그마한 개선(Quick fixes)에만 몰입되어 있는 경우를 종종 본다. UX 변경과 소소한 기능 추가만으로 끝나는 프로젝트들이다. 전통기업들이 이러한 프로젝트에 천문학적인 비용을 투자하는데 비해 체감되는 개선의 결과물은 그렇게 크지 않다. 그러한 이유가 바로 CX 개선의 핵심 문제점을 모르거나 회피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회피만 하다가는 빅테크 기업과 스타트업들의 공세에 무너질 수밖에 없는 시점이 다가온다. 이제는 정면 돌파를 하거나 내부에서 파괴적인 혁신을 만들어내야 한다. 이러한 전략적 선택과 실행 방안의 중심에는 언제나 ‘고객’이 있어야 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가장 중요한 이야기이다.
2020/06/17 10:30 2020/06/17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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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전략의 관점에서 아마존을 '혁신의 상징’으로 해석하려면, 반대 사례로 전통 소매업자의 몰락이 있어야 한다. 여기에서 가장 많이 언급되는 기업이 월마트이다. 아마존이 높은 주가와 트래픽, 신규 서비스 등으로 화제를 만들어낼 수록, 월마트의 몰락이 더욱 심화돼야 극적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2016년까지만 해도 월마트의 모습은 처참했다. 판매 부진을 이유로 미국 내 154개, 해외 115개 등 세계적으로 총 269개의 점포를 폐쇄할 정도였다. 분석 보고서들이 쏟아졌으며, 아마존의 약진으로 인해 월마트의 몰락이 이루어질 것이라는 해석이 주를 이루었다.
그런데, 3년 반이 지난 현재의 상황은 다르게 전개되고 있다. 월마트의 지난해 3분기 매출액은 1280억달러로 전년 동기대비 3% 늘었고, 미국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대비 각각 3%, 6% 성장했다. 온라인 매출은 가파르게 상승해 전년 동기대비 41%나 증가했다. 코로나19사태가 지속되는 가운데, 미국의 경제 일간지 월스트리트저널은 “최근 4주 동안 미국 전역에 약 4700개 이상이 있는 월마트 오프라인 매장의 매출은 전년 동기대비 약 20% 늘었으며 매출 산정 기간을 8주로 늘리면 성장률은 30%까지 증가한다”라는 기사를 내보내기도 했다.
월마트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Digital Transformation, 이하 ‘DT’) 사업이 성공한 요인 중 이번 칼럼에서는 전체적인 진행 단계를 소개해보고자 한다. 전체적인 흐름을 알아야만 월마트만이 가지고 있는 고유한 특징과 시행착오 등을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정된 지면에 10여 년 동안 일어난 이야기를 전달하려다 보니 상대적으로 소소한 내용들은 다소 생략했다.
1단계. 기술 내재화
월마트는 2011년에 소셜 미디어 분석 기업인 ‘코스믹스(Kosmix)’를 인수하면서 '월마트 랩스(Walmart Labs)’라는 기술 전문 조직을 만들었다. 코스믹스의 기술을 이용해 개인화된 추천 서비스와 검색의 정확도를 높이는 것으로 시작했다. 이때부터 다양한 기업을 인수하면서 조직을 강화했고, 'SNS와 모바일, 플랫폼’을 핵심 사업으로 정의하고 기술 중심의 프로젝트를 실행했다. 월마트 DT 사업의 시작과 근간이 이렇게 탄생한 월마트 랩스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2단계. 모바일 중심의 옴니 채널
소매유통업의 특성상, 월마트 DT 사업은 철저하게 옴니 채널 중심이었다. 이때까지만 해도 아마존에 대항하기 위해 모바일 중심의 옴니 채널 전략을 펼쳤다. 자사 모바일앱에 상점 모드(Store Mode), 위치 기반 서비스, 최저가 보증(Saving Catcher), 레지스트리(Registry) 서비스, 쇼핑리스트 등과 같은 다양한 기능이 추가됐다. 신규 기능의 상당수는 스타트업의 인수를 통해 월마트앱에 흡수되는 형태로 진행됐다.
3단계. 디지털 전략과 기획 강화
2016년 9월 19일, 월마트는 온라인 커머스 기업인 ‘제트닷컴(jet.com)’을 33억달러(3조6000억원)에 인수했다. 인수를 통해 온라인에 최적화돼 있는 젊고, 소득이 높은 월 40만명의 신규 고객을 창출했다. 동시에 설립자 겸 CEO인 마크 로어가 월마트 온라인 사업을 총괄하도록 하면서 서비스적인 마인드와 문화를 개선시켰다. 오프라인 현업과 월마트랩스의 엔지니어 중심으로 이루어졌던 DT 사업에 디지털 친화적인 전략과 기획이 더해지는 시점이다.
4단계. 매장 중심의 옴니 채널
슈퍼센터(Supercenters)를 옴니 채널 전략의 핵심 허브로 지정하고 이제까지와는 다른 방향의 DT 사업을 실행한다. 먼저, 약 11억 달러(약 1조 3100억 원)를 들여 미국 5000여 개의 매장을 새롭게 단장하는 동시에 자동화 기술을 도입해 매장을 혁신했다. 매장 리모델링과 함께 클릭 앤드 콜렉트(Click & Collect), 월마트 픽업 디스카운트(Walmart Pickup discount), 월마트 그로서리 딜리버리(Walmart Grocery Delivery), 월마트 드라이브쓰루(Walmart Drive-Thru) 등과 같은 서비스를 강화했다. 이 중에서 식료품 픽업 서비스인 '월마트 그로서리 픽업(Walmart Grocery Pickup)’에 사용자들은 강력하게 호응하며 지금과 같은 성공을 이루어 냈다.
5단계. 아마존에 대한 반격
지금까지 수비 위주였던 월마트의 DT 사업에 최근에는 공격적인 요소가 추가되기 시작했다. 클라우드 기반 광고 플랫폼 스타트업인 폴리모프 랩스(Polymorph Labs)를 인수하고, 월마트 미디어 그룹(Walmart Media Group)이라는 자회사를 설립하면서 광고 사업자로서의 도전을 시작했다. 아마존의 광고 매출을 뺏어오겠다는 전략이다. 2020년 3월에는 아마존의 프라임에 대항하기 위해 ‘월마트+’를 런칭했다. 광고나 멤버십 사업 모두 아직까지는 초기 단계이지만 월마트에게는 잠재력이 높은 분야이다.
지금까지 월마트 DT사업을 5단계로 요약해 살펴보았다. 이외에도 재고 관리, 물류 시스템 정비, 데이터 분석, 조직 개편 등과 같이 굵직하고 중요한 활동들이 병행해 진행됐다. 그 결과는 아마존의 공습에서 살아남아 DT를 성공적으로 실행하고 있는 기업으로 회자되고 있다. 이런 월마트의 활동과 단계 속에서 우리가 관심을 가져야 할 지점과 배워야 할 이야기들이 어떤게 있는지 짧게 논의를 해보자면 다음과 같다.
첫째, DT 사업의 시작을 ‘기술’에 초점을 맞추고 실행한 독특한 사례이다. 전통기업들의 DT 사업은 일반적으로 외부 전략 컨설팅을 시작으로 해 사업 기획 인력을 내재화하는 것에 집중한다. 기술은 외주 의존도가 대부분이며, 내재화에 대한 갈증이 있는 기업들도 좋은 인력들이 지원하지 않아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 월마트는 이러한 갈증을 인수, 합병을 통해 해결해 나갔다. 이렇게 탄생한 ‘월마트 랩스’라는 기술 중심의 조직이 버티고 있었기에 전략적 방향성이 바뀌더라도 유연하게 대응이 가능했고 빠르게 기획을 실행에 옮길 수가 있었다. ‘우리는 디지털 기업이 아니니 적정 수준의 기술이 최소화만 있으면 된다’고 생각하는 DT 담당자가 있다면, 다시 한 번 생각해볼 지점이다.
둘째, 성공을 향해 포기하지 않고 지속적인 투자를 했다는 점이다. 서두에서 이야기 했던 2016년은 월마트에게 악몽과도 같은 시간이었다. 2011년부터 각종 기업을 인수하며 천문학적인 비용을 투자했지만 온라인 사업의 성과는 미비했다. 2016년, 미국 소매유통업의 온라인 평균 성장율은 15%였는데, 월마트는 7%에 불과했다. 당시의 아마존 성장율이 31%이던 시절이다. 월마트에 비해 상대적으로 DT에 미온적이던 ‘타겟’에도 밀리면서 온갖 조롱과 수모를 감내해야 했다. 그러한 시점에 33억 달러를 투자해 제트닷컴을 인수하는 결단력과 의지를 보여주었다. 단기적인 성과에 집중하고 요구하는 국내 DT 사업자들과는 비교되는 지점이다.
셋째, 자신의 장점을 극대화하는 전략을 펼쳤고, 유효했다. DT를 수행하는 국내 전통기업들은 항상 경쟁이 되는 디지털 기업을 분석하고 닮아가기 위해 애를 쓴다. 그들보다 기술력은 낮고, 실행력은 떨어지며, 기동력은 느리기 떄문에 애초에 승산 없는 싸움을 하는 셈이다. 월마트도 2단계에서는 아마존과 같이 모바일에서 승부를 보기 위해 노력했지만, 실패하고 전략을 바꾸었다. 아마존에게는 없고 월마트에 있는 것이 무엇인지 질문을 던지고, 오프라인 매장에 기술과 디지털 서비스를 결합한 것이다. 그 성공을 기반으로 수비가 아닌 공격으로 태세를 전환하고 있다.
지금까지 월마트 DT 사례를 설명하고, 이를 통해 주목해야 하는 것을 이야기 해보았다. 항상 사례를 소개할 때는 조심스럽다. 실패사례를 그대로 따라하면 반드시 실패하지만, 성공사례를 그대로 따라한다고 해서 반드시 성공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월마트 옴니채널의 세세한 기능을 설명하거나 집중하기 보다는 약 10년간의 흐름을 소개한 것이다. 이번 월마트의 단계적 흐름에 대한 소개가 DT 사업을 좀 더 장기적으로 바라보고 해석할 수 있는 기회가 되기를 바란다.
2020/05/13 10:38 2020/05/13 1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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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Digital Transformation, 이하 ‘DT’) 업무를 수행하고 있으면 아주 간단하지만 쉽게 풀리지 않는 화두와 종종 맞이하곤 한다. 그 중 하나가 “채널력과 상품력 중에 어떤 것이 더 중요하고 우선시 해야 하느냐?"에 대한 답변이다. 여기에서 '채널력'이란 웹이나 모바일앱의 UX나 성능, 프로세스 등을 포괄하는 것이고, ‘상품력’은 이를 통해 판매가 되는 상품과 콘텐츠, 완성도, 가격 경쟁력 등을 의미한다.
사업의 성공을 위해서는 채널력과 상품력 모두 갖춰야지 무슨 이런 실없는 고민을 하느냐고 생각하는 독자들도 많을 것이다. 하지만, 디지털 채널에 대한 경험과 가치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전통기업에서 DT를 수행하기 위해서는 매우 중요한 이슈 중에 하나이다. 전통 기업들의 모바일앱 포트폴리오가 정리되지 않고, 상호 간의 시너지가 없으며, 사용자 경험(이하 ‘UX’)에 투자가 부족한 이유가 바로 이 질문에 대한 깊은 고민과 공감대가 없기 때문이다.
식당을 통해 비유하자면 인테리어가 중요한지, 음식맛이 중요한지에 대한 질문에 해당한다고 하겠다. 전통적인 요식업의 입장에서 보면 당연히 음식맛이 기본이고 최우선일 것이다. 음식이 맛있고, 유명해지면 손님은 자연스럽게 늘어나고 선순환이 만들어진다는 논리이다. 이런 생각이 틀렸다고 할 수는 없지만, 디지털 시대에는 다른 접근도 가능하다. 인스타그램에 올릴 분위기 좋은 사진 배경과 유튜브로 먹캠을 실시간 중계할 수 있는 공간과 편의성이 더 중요한 고객층이 생겨났기 때문이다.
일반화하기는 조심스럽지만, 연령대가 높은 고객들에게는 상품력, 젊은 고객들에게는 채널력이 상대적으로 더 중요하다. 오픈서베이가 발간한 ‘금융 트렌드 리포트 2019’에서도 이러한 경향을 확인할 수 있다. 해당 보고서에서는 주거래 은행 앱(1~3순위 합)을 묻는 질문에 40대 40.8%, 50대 36.0%가 KB 국민은행이라고 답변을 했지만, 20대 57.4%, 30대 51.2%가 카카오뱅크를 선택해 극명한 차이를 보여주었다. 주거래 은행을 이용하는 이유를 묻는 질문에는 20대는 ‘앱이나 사이트가 편리해서’라고 응답한 비중이 높았다. '가장 오래 거래해온 은행이라서’의 비중이 높은 50대와 ‘각종 수수료 혜택이 있어서’을 선택한 40대와는 극명하게 차이가 나는 부분이다.
모든 것이 사용자 중심이고 UV, PV, DT 등과 같은 채널 중심적인 사고와 KPI에 익숙한 디지털 기업에서는 이런 논의가 다소 낯설 수도 있다. 이것은 사업에 대한 근본 철학과 이해가 전통 기업과 다르기 때문이다.
이제부터는 이러한 차이점과 채널력이 DT에 어떠한 영향을 주는지에 대해서 짧게나마 이야기해보려고 한다. 설명을 하기 위해 다소 극단적인 비교를 하는 것은 미리 양해를 구한다.
첫째, DT 사업의 대상은 전통적인 개념의 '고객(Customer)’이 아니라 디지털 친화적인 ‘사용자(User)'여야 한다. 디지털 기업은 항상 사용자를 대상으로 서비스를 구성하지만, 전통기업은 계약을 통하거나 매장에 들어온 '고객(Customer)’을 대상으로 한다. 이렇게 대상이 다른 이유는 채널 변경 비용(Channel Switch Cost)이 온라인과 오프라인이 상이하기 때문이다. 고객이 방문하는 오프라인 매장을 변경하는 것은 어렵지 않지만 상품별로 다른 매장을 찾아다니면서 별도로 구매하지는 않는다. 일단, 매장(Channel) 안으로 들어오면 물리적인 비용과 시간 때문에 그 안에서 대부분의 쇼핑을 마무리한다.
반면에 온라인은 채널 변경이 너무 쉽고 편리하다. A사이트에서 생수를 사고, B사이트에서는 라면을 구매하고, C사이트에서는 고기를 사는 것은 매우 일반적인 온라인 소비 행태이다. 그렇기 때문에 한번 채널에 유입되어 들어온 사용자들에게 제품을 상세하게 보여주고, 비교하게 하고, 교차판매(Cross-Selling)와 상향이동판매(Up-Selling)를 유도하는 UX와 기획력, 마케팅 등이 디지털 채널에서는 중요하다. 이렇게 새로운 사용자가 고객이 되게 만들고, 한번 고객이 된 이후에 재방문을 하게끔 하는 것은 모두 채널경쟁력의 핵심 요소이다.
둘째, 결국 상품력이라는 것은 공급자가 아닌 고객에 의해 만들어져야 한다. 전통기업들이 강조하는 상품력은 다분히 공급자 중심적으로 만들어진다. 막연하게 제품 가격, 금리 등과 같은 요소를 전면에 내세우고 일방향적인 메시지를 전달한다. 매스미디어를 통해 대형 광고를 집행하고, 찾아오는 고객들의 구매여부와 만족도에 대한 조사는 별로 하지 않는다. 반면에 디지털 기업은 고객에게 끝없이 물어보고, 연구하고, 수정한다. 디지털 상품들은 한번에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고객의 반응을 적용면서 수정하고 개인화시키고, 그게 맞지 않을 때는 좀 더 적합한 상품을 추천한다.
디지털 기업이 상품에 고객의 반응을 적용시킬 수 있는 것은 채널에 들어와서 이용하는 사용자들의 행태를 기반으로 한다. 어떤 키워드로 상품을 검색하는지, 비슷한 제품 중에서 어떠한 비교를 하는지, 어떤 기준으로 상품을 선택하는지, 왜 구매를 포기하는지에 대해 매우 정밀하게 분석을 한다. 디지털 기업들이 고객 중심의 상품을 만들어내는 것은 강한 채널력이 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전통기업에서는 좀처럼 볼 수 없는 현상이다.
셋째, DT는 단순히 현재 상품의 판로를 디지털로 확장하는게 아니고, '업의 본질'을 바꾸는 것(Transformation)이 최종 모습이어야 한다. 사실, 이러한 개념은 전통기업들에게는 익숙한 이야기이다. 유통업과 호텔업의 본질이 서비스업이 아닌 부동산업이라는 것은 이제는 흔한 이야기이다. 문제는 업의 본질이 디지털 시대로 오면서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는 점이다. 본질이 사라지니 새로운 정의해야 하는데, 답을 내주는 사람이 없으니 단순 매출에만 매달리는 것이다.
디지털기업들도 '업의 본질’에 대한 고려를 한다. 구글은 검색 엔진 서비스이지만 광고가 전체 매출의 84%를 차지한다. 아마존은 전자상거래 기업이지만 AWS가 영업이익의 62%를 만들어 낸다. 이렇게 ‘업의 본질’을 재정의하기 위해서는 채널경쟁력이 있고, 사용 트래픽이 많아져야 가능하다. 아마존에 밀리던 월마트가 DT사업을 성공적으로 안착시키더니, 디지털광고 사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하는 것도 다 이러한 맥락이다.
DT를 하면서 가장 기운이 빠질 때가 '좋은 상품만 있으면 고객은 우리 채널로 들어올 수 밖에 없다'고 생각하는 공급자 중심의 자긍심과 마주칠 때이다. 아무리 좋은 상품이라도 좋은 채널 위에서 사용자들에게 전달이 되어야 되며, 좋은 상품이 되기 위해서는 채널을 통해 고객의 피드백을 받아가며 발전을 해야 하는 법이다. 그렇기 때문에 채널경쟁력이 필요하고, 채널 포트폴리오 정리와 거버넌스(Governance) 구축이 매우 중요하다. DT의 초기 단계에 있는 전통기업이라면 상품력보다 채널력이 우선한다고 단언해도 그리 틀린 생각은 아니다.
2020/04/21 06:48 2020/04/21 0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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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Digital Transformation, 이하 ‘DT’) 사업을 하는 전통기업들은 디지털 기업의 일하는 방식이나 문화, 기술 등을 벤치마킹하며 연구한다. 이렇게 해서 도출된 주요 요소들을 DT 사업의 성공 공식으로 흡수하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 디지털의 젊고, 빠르고, 고객 중심적인 업무 문화가 전통기업에게 유입이 되는 것은 긍정적이지만, 아쉽게도 모든 것이 올바르게 해석되고 적용되지는 않는다. 가장 대표적인 단어가 '애자일(Agile)’ 이다.
CA 테크놀로지스 조사 결과, 한국 기업의 69%가 애자일이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Digital Transformation, 이하 ‘DT’) 성공의 결정적 요인으로 인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시아 태평양 전체 기업의 82%가 동일한 응답을 했으니 국내 기업만의 현상은 아닌 듯 하다. 상의하달식(top-down) 의사 결정, 관료적인 행정 처리, ‘차세대’라고 불리는 빅뱅 방식의 SI 개발에 익숙한 기업에서 애자일 문화는 충격적이고 신선하게 다가왔다. 이렇게 만들어진 관심에 약간의 환상과 오해들이 더해지더니 최근에는 애자일 트랜스포메이션(Agile Transformation, 이하 ‘AT')이라는 단어까지 등장했다.
귤이 탱자가 된다는 뜻의 '귤화위지(橘化爲枳)’ 이야기에서 알 수 있듯이 개념은 문제가 없다. 주위 환경에 따라 근본 철학과 장점이 사라지고 오용과 남용이 되면서 본질이 사라지는게 문제일 뿐이다. 이야기에 앞서 전통기업들이 애자일에 열광하게 된 과정을 유추해보자. 디지털 사업에 대한 경험과 기술이 없는 전통기업들은 DT를 하기 위해 외부 자원을 활용해 DT 전략 컨설팅을 시작한다. 디지털 기업들을 벤치마킹하면서 자연스럽게 애자일이 핵심 주제 중에 하나가 되고 AT까지 이야기가 발전한다.
AT에서는 보통 조직구조, 권한, 예산 프로세스, 성과 측정, 개발 프로세스 등의 변화를 이야기 하는데, 각 기업의 상황에 맞추어 약간의 각색을 거쳐 전략 보고서가 작성된다. 최종의사결정권자 입장에서 보면 신선하면서 흥미로울 뿐만 아니라 디지털에 친화적으로 업무 문화를 개선하겠다는데 반대할 이유가 없다. 이렇게 승인된 보고서는 다시 한번 상의하달식(Top-down)으로 조직에 전달되는데, 이때부터 귤은 탱자로 변하게 된다. 개인적으로 느꼈던 몇가지 문제점들을 이야기를 해보고자 한다.
첫번째는 애자일이 적용되는 범위와 대상이 디지털기업과 전혀 다르다. 디지털 기업에 근무하고 있는 분이라면 애자일을 스프린트나 스크럼, 칸반 등과 같은 개발방법론이나 도구 등을 떠올릴 것이다. 하지만, 애자일을 적용하는 일마저 ‘컨설팅’이라는 이름을 빌어 외부에 의존하는게 당연한 기업문화에서 소프트웨어 개발방법론을 적용할 내부 개발자가 있을리가 없다. 이러한 사실을 잘 알고 있는 컨설팅 기업들도 AT라는 것을 만들어내어 조직구조와 권한 등에 초점을 맞추어 보고서를 작성했다.
내용도 모두 대동소이하여 스포티파이(Spotify)의 조직구조를 벤치마킹한다. 덕분에 상당수의 전통기업들이 트라이브, 스쿼드, 챕터 등과 같은 개념을 도입하여 조직개편을 하는 것으로 AT를 완료했다고 착각한다. 1~2년전부터 스포티파이 조직구조에 대한 이야기와 ‘애자일 조직’으로 DT를 했다는 언론기사가 많이 등장한 실제 이유이기도 하다. 하지만, 호칭과 책임만 바뀌었을 뿐 일하는 프로세스와 역할이 바뀌지 않으니 결국은 기존의 본부, 부문, 팀 등과 다를게 없다.
두번째로는 ‘애자일’이라는 단어의 남발과 오용이다. 전통기업에서는 ‘애자일’이라는 명사보다는 ‘애자일하게’라는 형용사를 주로 사용한다. ‘애자일하게 개발하자’, ‘애자일하게 조직 구성을 하자’, ‘애자일하게 미팅을 하자’ 등이다. 불행하게도 이런 형용사는 리더들이 조직에게 업무를 지시할 때, 현업들이 외주개발사에게 업무를 요청할 때, 매우 심각하게 잘못 사용되어 진다. ‘빠르다’를 강조하면서 짧은 시간안에 많은 업무를 지시하거나, ‘유연하게’를 강조하면서 기획서나 개발 요건을 추가하면서 ‘애자일하게’가 남발되는게 현실이다. '사람 중심’과 '상향식 의사결정(Bottom-Up)’을 강조하는 애자일이 ‘갑질'을 할 수 있는 최첨단 무기가 되어버리는 아이러니한 부분이기도 하다.
세번째로는 최종 의사결정권자의 애자일에 대한 의지가 상의하달식(Top-down)으로 전달되면서 절대선으로 포장되어 버리는 문제가 있다. ‘애자일하게 바꿔라’라는 지시가 내려지면서 기존의 조직 구성, 배포 프로세스, 개발 방법론은 모두 부정된다. 안정적이었던 조직을 개편하고, 잘 진행되고 있던 프로젝트가 워터폴 방식이라는 이유로 공격을 받기도 하다. 애자일은 만능키도 아니며, 모든 프로젝트에 적용이 될 수도 없고 그래서도 안된다. 뚜렷한 목표나 기간이 있고, 외주의 의존도가 높으며, 고객 접점이 크지 않은 프로젝트의 경우에는 워터폴이 좀 더 효율적일 수도 있다.
지금까지 전통기업들이 애자일을 도입하면서 생기는 문제점과 오용되는 부분을 이야기했다. 하지만, 애자일의 근본 정신과 다양한 개발 도구들을 통해 자신만의 고유한 문화와 업무 프로세스를 만들어내고 이를 DT의 핵심 엔진으로 가져가는 것은 분명히 긍정적인 시도이다. 이런 시도가 좋은 결과로 나타내기 위해서는 몇가지 변화와 명확한 이해가 수반되어야 하는데, 그 중에서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몇가지 이야기를 해보도록 하겠다.
첫째, 애자일은 고객을 최우선으로 하고, 고객의 요구를 빠르게 수용하고, 이를 민첩하게 비즈니스에 적용할 수 있는 개발자 중심의 변화이어야 한다. 최근 등장한 몇몇 스타트업들이 애자일을 전면에 내세우기는 하지만, 상당수의 디지털 기업들은 자신이 일하는 방식을 굳이 애자일이라고 이야기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디지털 기업에서 ‘애자일하게’가 제대로 동작하는 이유는 기술력이 높은 개발자들이 풍부하기 때문이다. DT나 AT를 하는 기업들을 만나다보면 ‘애자일을 배우겠다’며 몇십억원을 들여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경우를 종종 보게 된다. 애자일은 배우는게 아니고 개발하고 실행하는 것이다. 그 예산으로 개발자를 충원하고, 그들의 말에 귀를 기울이는게 훨씬 효율적이다.
둘째, 좋은 개발자를 찾는 것이 쉽지도 않거니와, 디지털 전문가들은 상의하달식 조직문화가 대부분인 전통기업으로의 이직을 선호하지도 않는다. 채용과 조직문화를 바꾼다는 것이 단기간이 되는 일이 아닐테니, 당분간은 외주 파트너사와 함께 할 수 밖에 없다. 이들과 정말 ‘애자일하게’ 일을 하기 위해서는 기존의 MM중심의 SI 계약과 검증 방식, 감사 항목들이 바뀌어야 한다. 정해진 예산과 기간, 그리고 요건정의가 먼저 고정되어 버리는 상황에서는 애자일 프로젝트 자체가 실행되기 불가능해진다.
이런 행정적인 절차가 바뀌지 않으니 애자일이 갑질을 할 수 있는 무기로 변해버리는 것이다. 컨설팅에서 주로 사용하는 T&M (Time and Material) 방식을 적용하거나 전체 예산을 잡고 투입 시간과 결과물에 따라 유연하게 비용을 집행할 수 있는 프로세스를 구축해야 할 필요가 있다. 일본의 ‘트라이 포트 스튜디오(TriFort Studio)’와 같이 애자일 형태의 전문 SI 기업들도 생겨나고 있으니 관심을 가지고 살펴보기를 바란다.
셋째, 디지털 기업을 닮아가려면 전체 개발 공정이 바뀌어야 한다. 고객 중심의 문제 발굴과 서비스 로드맵을 구축하는 ‘디자인씽킹(Design Thinking)’, 서비스 기능 자체에 집중하는 빠른 사용자 경험(UX) 구축과 사용자 검증을 하는 '린(Lean) UX’, 그리고 애자일기반의 개발과 배포를 하고, 고객 행동 기반의 마케팅 전략을 구축하는 ‘그로스 해킹(Growth Hacking)’, 비즈니스 전략 및 로드맵을 재정비하는 ‘피버팅(Pivoting)’과 '스케일 업(Scale Up)’등이 함께 해야 의미가 있다. 이왕 벤치마킹을 하려면 제대로 해야지, 단면이나 일부 요소만 도입한다고 DT가 되는 것은 아니다.
경직된 조직 문화와 자체 개발력이 강하지 않는 전통기업에서 DT를 수행하기 위해서 애자일에 관심을 가지는 것은 이해는 간다. 하지만, 컨설턴트가 아닌 현업의 이야기를 들어본다면 디지털 기업에서 더 이상 애자일을 이야기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게 될 것이다. 좀 더 정확하게 이야기하자면 대부분은 애초부터 애자일 도입에 관심이 없었다. 그들의 조직문화를 기초해서 일부 방법론과 도구를 사용했을 뿐이다. 애초부터 애자일은 없었다. 중요한 것은 고객의 요구에 유연하고 빠르게 대응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는 것이다.
2020/04/06 10:15 2020/04/06 10: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