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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MS의 등장

1970~80년대 미국의 전자 업체들은 일본의 전자 업체들의 공습으로 경쟁력을 급속히 잃어갔다. 공장을 매각하거나 사업에서 아예 철수하는 사례가 속출하던 시대였다. 당시 전자 제품의 생산에서는 일본이 미국을 완전히 넘어선 상태였다. 일본 기업에 무참히 당하고 있던 미국의 전자 업체들은 1990년대에 들어서면서 제품의 개발과 설계, 디자인 혁신에 주력하게 된다. 기업은 소규모팀이 본질에 집중하게 되고 나머지 업무는 모두 위탁을 하게 되면서 효율을 극대화하게 된 것이다.

이렇게 등장한 비즈니스 모델이 EMS(Electronics Manufacturing Services) 이다. EMS는 제품의 설계, 제조, 물류 등에 이르는 전 과정을 외부에 맡겨 조달하는 것을 말하며, 미국 기업들이 적극 도입을 하면서 제조 단가는 낮아지고 경쟁력을 확보하는 기회가 되었다. 이로 인해, 솔렉트론, SCI, 플렉트로닉스, 셀레스티카 등과 같은 대형 EMS 기업이 탄생하기도 하였다.



중국 EMS 기업의 부상

EMS의 핵심 경쟁력 중에 하나는 ‘가격’이다. 이렇다보니 중국 EMS 기업들이 급부상하는 것은 당연한 귀결이 된다. 좀 더 정확히 이야기하자면 중국의 저렴한 인건비와 대만의 기술력이 만나서 시너지를 만들어내고 있다. 중국과 대만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도 한 몫을 단단히 하고 있다. 일본 기업을 이기기 위해 만들어진 EMS가 다시 중국 기업에 날개를 달아주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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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MS의 대표주자는 누가 뭐라고 해도 ‘폭스콘’이다. 대만 제조업체인 폭스콘은 금형 설계에 관해서 높은 기술력을 가지고 있으며 중국에도 진출하여 낮은 단가로 제조가 가능하다. 우리에게는 애플 제품을 외주로 생산해내는 단순한 기업으로만 알려져 있지만 마이크로소프트의 엑스박스, 소니의 플레이스테이션, 닌텐도의 위 등이 모두 폭스콘에서 만들어진다.

실제로 폭스콘은 전세계 EMS 시장의 절반 가량을 독식하고 있는 업체이다. 구글, 노키아, 아마존, 에이서, 도시바, 블랙베리, 델, HP 등의 완제품은 물론이고 단순 부품에서부터 메인보드와 같은 정밀 부품까지 손에 닿지 않는 영역이 없다. 폭스콘의 지난해 매출은 140조원이다.



샤오미의 비밀도 EMS

중국의 EMS 기업이 성장을 하고 기술 노하우가 축적되면서 자연스럽게 중국 하드웨어가 발전하게 된다. 대표적인 선두주자가 최근에 화제를 몰고 다니는 샤오미(Xiaomi)이다. 2011년에 처음으로 ‘Mi-1’ 스마트폰을 발표한 샤오미는 당시에만 해도 ‘애플 짝퉁’ 정도로 회자되던 볼품없는 회사였다.

하지만, 불과 4년만에 중국 시장 1위, 세계 시장 3위 스마트폰 제조사로 등극하였다. 스마트폰 외에도 다양한 홈 기기와 액세서리를 내놓으며 무시할 수 없는 강자로 자리잡았다. 샤오미가 이렇게 짧은 기간 동안 다양한 기기들을 저렴한 가격에 내놓을 수 있었던 것도 EMS 덕분이다.

샤오미는 제품을 생산할 제조라인과 능력을 가지고 있지 않았다. 제품 설계와 함께 소프트웨어 개발에 강점을 가지고 있는 기업이다. 샤오미를 도와주는 것은 폭스콘과 잉화다(Inventec Appliances Corporation)라는 회사로 모두 EMS의 능력자들이다. 샤오미는 EMS를 통해 경쟁사 대비 제조 원가가 5~10% 절감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폭스콘의 경우는 단순 EMS를 넘어서 공동 설계까지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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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라우드 펀딩과 EMS의 만남

실리콘밸리의 젋은 청년들(대부분 백인이고 간혹 중국인이 끼어있다)이 아이디어만 가지고 간단하게 시제품을 만들어낸다. 화려한 소개 동영상과 함께 킥스타터나 인기고고 등에서 크라우드 펀딩을 개시한다. 제품에 관심을 가진 이들이 조금씩 모이게 되고 목표 자금을 만들어 낸다.

그 이후에는 모금된 자금을 가지고 중국 EMS 기업에게 양산 주문을 한다. EMS 개념 그대로 제품의 제조, 생산, 포장, 배송, A/S 까지 모두 처리해 주기 때문에 신경쓸게 그다지 많지 않다. 북미의 젊은이들이 아이디어를 만들어 내고 중국에서는 이 돈을 받아서 제품을 찍어내는 것이다.

말그대로 크라우드 펀딩과 중국 EMS의 콜라보(Collabo)이다. 실제로 킥스타터에 들어가보면 중국 EMS에 대한 소개문이나 주문하는 방법에 대한 안내를 흔하게 볼 수 있다. 대형 하드웨어 기업들이 폭스콘을 탄생시켰다면 크라우드 펀딩은 ‘심천(深圳)’으로 대변되는 소형 EMS 기업들과 함께 성장하고 있는 것이다.



맺는말

아직까지 우리에게 ‘중국’이라는 나라에 대한 선입견이 존재한다. 문화적으로는 무섭지만 IT에서는 우리보다 한수 아래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오래된 제조 기술의 노하우와 저렴한 인건비, 그리고 정교하고 빠른 프로세스를 기반으로 한 EMS는 하드웨어 기업에게는 없어서는 안될 존재이며 무시할 수가 없다.

하루가 멀다하고 새로운 IoT와 웨어러블 기기가 나오는 최근의 상황을 생각해보면 중국의 저력을 다시 한번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이번 기회를 통해서 중국 하드웨어 기업들의 기반과 이를 받혀주는 EMS에 대해 조금이나마 이해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 이 글은 제가 허브줌에 기고한 칼럼입니다. 개인적인 기록을 위해 이곳에 남깁니다. 발행된 글은 여기에 있습니다.
2015/08/24 21:48 2015/08/24 2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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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바일에서 네이버는 아무 것도 아니다. 없어질 수도 있다."

​이렇게 날카롭고 까칠한 이야기를 한 사람은 다름아닌 네이버의 이해진 의장이다. 올해 초, 춘천 연수원에서 열린 임원워크샵에서 모바일 시대에서 과거 포털의 강점이 더 이상 무의미하다는 의미로 전달한 이야기이다. 이의장은 ‘네이버’에 한정해서 이야기를 한 것이지만, 사실은 국내외를 막론하고 모든 포털 사업자들의 지극히 현실적인 모습이기도 하다.

​과거 PC 시절, 포털은 디지털 콘텐츠가 유통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플랫폼이었다. 검색 서비스를 전면에 내세워 사용자들이 찾고자 하는 다양한 콘텐츠를 노출해주었다. 엄청난 트래픽을 기반으로 특정 콘텐츠를 노출시켜줄 수 있는 권력을 가지고 있고 자체적으로 생산 플랫폼을 구축하면서 스스로 콘텐츠 사업자의 역할을 겸하기도 하였다. 콘텐츠 사업자에게는 검색창에 어떻게 대응하는가(SEO)와 자사 콘텐츠가 포털안에서 자주 노출되는 것이 디지털 마케팅의 기본이었다.



하지만, 세상은 변해서 이해진 의장의 이야기처럼 포털의 위상은 예전과는 달라졌다. 맨 먼저 포털에 접속했던 사용자들은 소셜 미디어로 향하고 있으며, 브라우저 안에 갇혀있었던 서비스들은 모바일앱으로 무게중심을 옮겨가고 있다. 여전히 검색의 행태는 유지되고 있지만 실제 매출을 만들어내는 비즈니스 쿼리(Business Query)는 모바일에서 많지 않으며 '추천(Discovery)' 서비스의 등장으로 존재 자체를 위협받고 있다. 모바일앱 안에 있는 콘텐츠를 검색 안으로 가지고 오지 못하고 있는 것도 한계이다.

해외의 대형 포털인 구글이나 빙은 플랫폼 개발을 병행하면서 콘텐츠 노출과 소비를 도와주고 있지만 순수 검색 포털만 수행하고 있는 국내는 사정이 더욱 좋지 않다. 국내 부동의 1위 포털인 네이버는 트래픽은 여전히 높지만 매출은 PC에 편중되어 있다. 2위인 다음은 카카오와 합병을 하고 나서 콘텐츠 유통에 대한 전략 자체가 없어졌다. 트래픽만으로 매체력이 만들어질 수 있다고 생각했는지 ‘샵검색’과 ‘채널탭’을 카카오에 추가했지만 반응은 썩 좋지 못하다.

네이트는 운영만으로 유지하고 있고, 파란은 아예 포털 서비스를 포기했다. 적어도 한국 시장에서는 '포털 서비스가 붕괴하고 있다'는게 과장된 표현이 아니다. 오랜 시간 동안 포털에 의존하여 서비스를 운영하던 콘텐츠 사업자 입장에서는 난감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자사 웹페이지는 광고로 떡칠을 해놓고 자극적인 제목만으로 승부를 보고 있지만 그마저도 오래갈 것 같지는 않다. 과연, 이렇게 변화하는 환경 속에서 콘텐츠 사업자들은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



첫째, 가지고 있는 콘텐츠를 좀 더 쉽게 제공하고 유통할 수 있도록 구조화를 해야 한다. 사용자가 몰리는 플랫폼의 환경과 성격이 아무리 바뀌더라도 좋은 콘텐츠에 대한 요구는 변함이 없다. 이는 사용자들이 유입하는 이유가 되기도 하고, 사이트에 머무는 시간을 늘여주고, 사용자 간의 대화 소재가 되기 때문이다. 검증된 미디어인 뉴스, 재미난 동영상, 여러 콘텐츠를 모아서 재구성된 큐레이션 콘텐츠들은 항상 노출의 우선 순위가 높아진다.

콘텐츠 사업자로서는 유통이 가능한 다양한 매체를 고려한 구조를 만들 필요가 있다. 모바일과 소셜을 고려한 API 설계와 카테고리 재구성, 메타 데이터의 정형화와 키워드 정리 등을 모바일과 IoT 시대에 맞추어 다시 한번 재정비 해야 한다. 과거, 포털이 제공하는 CMS툴에 본문 연결하는데만 급급하여 나머지 항목을 비워놓았던 모습에서 변화되어야 한다.



둘째, ‘콘텐츠’라는 정의와 범위를 재정의 해야 할 시기이다. 지금까지 ‘콘텐츠’라고 하면 제목이 있고 본문이 존재하며 그 안에는 텍스트와 이미지, 그리고 동영상 등이 제공되는 일련의 묶음을 이야기했었다. 웹의 시대, 그리고 스마트폰의 시대에는 이러한 개념이 크게 문제가 되지 않았다. 하지만, 스크린이 없는 웨어러블의 기기가 많아지고 있고, 센서 데이터에만 반응하는 IoT 기기들도 있다.

이러한 시대에 콘텐츠라는 개념은 좀 더 확장될 필요가 있다. 소셜 서비스에 있는 지인의 생일, ‘좋아요’를 한 콘텐츠, 내가 단 덧글에 반응하는 댓글, 스마트폰에 있는 사진 갤러리의 위치값, 주로 사용하는 앱 목록, 부재 중 전화번호 등도 모두 사용자가 관심이 있어 하는 '콘텐츠’가 될 수 있다. 이러한 개인이 관심있어 하는 모든 정보를 가공하여 사용자가 인식할 수 있는 ‘콘텐츠’로 가공하는 노하우를 쌓아야 한다.



셋째, 스마트(Smart)한 공급자로 도약을 해야 한다. 아쉽게도 아무리 좋은 콘텐츠를 가지고 있다고 해서 경쟁력있는 매체가 될 수는 없다. 게다가 광고로 떡칠이 되어 있는 사이트에 대한 사용자들의 경험은 이미 나빠질만큼 나빠져있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일방향적인 제공을 넘어서 사용자의 행태에 반응하는 콘텐츠를 전달해주는 방법은 존재한다.

개인화 데이터를 축적하여 추천 콘텐츠를 고도화할 수도 있고, 위치를 기반으로 한 연관 콘텐츠, 현재 보고 있는 콘텐츠에 대한 사용자들의 실시간 반응 등을 동적으로 제공하면서 한 단계 높은 수준의 공급자가 될 수 있다. 물론, 여러가지 가능성을 테스트해볼 수 있는 매체와의 친화력이 필요하다.



여러가지 이유로 콘텐츠 사업자들은 어려움을 토로한다. 그러한 모습에는 기존 행태를 유지하고자 하는 비즈니스 관성이 깊게 자리잡고 있다. 새로운 환경에 맞추어 변화하고 개념적인 확장을 한다면 오히려 노출과 유통이 가능한 채널은 점점 늘어나고 있는 셈이다. 분명한 것은 좋은 콘텐츠를 만들어서 포탈에만 제공하는 것으로는 어려운 세상이 되었다는 점이다. 변화된 시대에 맞추어 새롭게 포장을 해야 할 시기이다.



* 이 글은 제가 ZDNET Korea에 기고한 칼럼입니다. 개인적인 기록을 위해 이곳에 남깁니다. 발행된 글은 여기에 있습니다.
2015/08/24 20:26 2015/08/24 2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