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톡게임의 존재감
카카오톡은 국내 스마트폰 사용자의 93%가 사용하는 국민앱이다. 뚜렷한 BM이 없었던 카카오톡은 지난 2012년 7월부터 '게임하기'(이하 '카톡게임') 서비스를 통해 국내 모바일 게임에 막강한 영향력을 휘두르고 있다. 시작한지 1년 반이 지난 지금까지 카톡게임의 누적 가입자수는 4억명, 총 매출액 1조원, 1일 최다 다운로드 100만건, 서비스 게임 150여종에 이르는 성과를 만들어 냈다.
애니팡, 다함께 차차차, 윈드러너, 몬스터 길들이기, 쿠키런 등과 같은 성공 공식의 뒤에 카카오 플랫폼이 있었음을 부인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카톡게임은 사용자의 관계를 기반으로 하여 쉽게 바이럴을 형성하면서 모바일 게임의 전변 인구를 늘이고 있다. 결론적으로 국내 모바일 게임 시장을 성장시키는데 큰 기여를 하고 있음이 분명하다.
카톡게임의 부작용
카톡게임의 영향력이 과도하게 커지면서 업계전반에서 문제점들이 조금씩 대두되고 있다. 좋은 품질의 게임이 나오더라도 카톡게임에 입점하지 못하면 성공이 힘들어져 유일한 흥행창구가 되어버렸다. 카카오톡이 '슈퍼갑'이 되어버렸다는 개발사들의 지적도 많아졌다.
카톡게임내의 경쟁이 치열해 지면서 모바일게임의 생명주기가 과도하게 짧아졌다. 게임 다운로드 수를 기준으로 하는 심사 기준 때문에 대형게임사가 절대적으로 유리하고 CPI 집행을 하는 업체만 살아남을 수 있는 구조가 되어버렸다. 이러한 카톡게임의 운영 정책이 표절게임을 야기시킨다는 논의도 나오고 있다. 지나친 알림 메시지로 인한 사용자들의 피로도가 높아져 장기적으로 모바일 게임 산업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도 있다.
독자노선을 선택하는 모바일 게임
이런 문제점때문에 최근에 카톡게임을 벗어나려는 게임 업계의 움직임이 서서히 생겨나고 있다. 위메이드 엔터테인먼트는 3년 동안 개발해 런칭하는 '아크스피어'를 카카오에 입점시키지 않고 자체적으로 서비스하는 것으로 결정하였다.
개발 기간이 4년이나 소요된 넥슨의 '영웅의 군단'도 독립 노선을 선택했고 출시 3일 만에 플레이스토어 10위권에 입성했고 누적 다운로드 수가 100만건이 넘어갔다. '확산성 밀리언 아서'와 '퍼즐 앤 드래곤'도 자체 서비스를 통해 100만건 이상의 다운로드 수를 기록하고 있다. 개발 기간이 길었던 대형 게임들이 카톡게임에 입점하지 않는 사례가 많아지고 있다. 가볍고 쉬운 게임들을 선호하는 카톡게임의 사용자들과는 맞지 않기 때문에 이러한 결정을 한 것으로 풀이된다.
경쟁 플랫폼의 등장
네이버가 서비스 하고 있는 폐쇄형 SNS인 '밴드'가 게임서비스를 오픈할 것으로 밝히면서 카톡게임의 강력한 경쟁자로 부상하고 있다. 2014년 2월을 기준으로 밴드의 전체 가입자는 2500만명, 국내 사용자는 2000만으로 카카오톡 못지 않은 규모를 확보하고 있다. 밴드 사용자의 80%가 금전적인 여유가 있는 30대 이상이라는 점에서 성공 가능성을 기대받고 있다.
네이버는 입점 개발사에게 50% 이상의 수익을 보장하겠다는 계획이다. 구글이나 애플의 앱스토어에서 게임을 구매하면 56%, 네이버 앱스토어에서 구매하면 64%를 돌려주겠다는 것이다. 현재 카톡게임은 49%의 수익만 개발사에게 제공한다. 입점 기준도 카톡게임보다 완화시키고 네이버에 광고 노출까지 약속하면서 차별성을 어필하는 중이다. 오픈 일은 4월 1일로 알려져 있으며 총 10개의 게임이 서비스 될 것으로 밝혀졌다.
지난해 9월부터 아프리카 TV는 '아프리카TV 게임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아프리카TV 게임센터'는 인기 BJ와 함께 게임을 즐길 수 있으며 클랜과의 경쟁을 지원하여 자사의 장점을 극대화했다. 현재 입점한 게임의 수는 25개 정도이다. 3억 5천만명의 사용자를 확보하고 있는 라인도 국내 시장 공략을 강화하고 있다. 라인은 관계사인 NHN 엔터테인먼트를 적극 활용할 예정으로 알려져 있다.
카카오 플랫폼의 위기론
아직까지 카카오톡의 시장 위상은 국내 모바일 업계에서 절대적인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작년부터 카카오톡의 위기론이 지속적으로 회자되고 있다. 기존 사업에는 큰 변화가 없지만 가입자는 정체이고 카카오페이지, 카카오뮤직 등과 같이 신규 서비스들이 큰 호응을 못받고 있기 때문이다.
카톡게임의 최근 정량적인 데이터를 보면 정체감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현재까지 출시된 게임 중 누적 다운로드 1000만건을 넘은 게임도 9종에 달한다. 하지만, 카톡게임 출시 1주년인 2013년 7월 이후 다운로드 1000만건을 넘기는 게임은 단 하나도 없다.
더욱 심각한 것은 카카오를 바라보는 업계의 시선이 예전과 같지 않다는 것이다. 통신사와 각을 세우며 선전할 때는 동지의식이 넘쳐났지만 지금은 '또 하나의 갑'일 뿐이다. 개발자 커뮤니티에서 군림하는 순간부터 플랫폼의 생태계는 망가질 수 밖에 없다. 카카오의 위기는 개발사들과의 관계에서부터 시작된다.
플랫폼 사업자의 포트폴리오
카톡게임의 이탈은 기본적으로 수익분배율와 마케팅채널의 한계에서 기인한다. 앱스토어와 플레이스토어에 의존하고 있는 카카오로서는
현재의 수익분배율은 어쩔 수 없는 것으로 파악된다. 자체 스토어를 가지고 있는 네이버는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상황이다. 결국, 시작은 카톡 게임의 기능상의 문제였지만 플랫폼 경쟁으로 확대되고 있는 셈이다.
이러한 사실을 잘 알고 있는 카카오측도 자체 앱스토어를 고민하여 상표 출원까지 했지만 배포에 대한 부담으로 쉽게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PC와 모바일에서 막강한 매체력을 가지고 있는 네이버나 BJ라는 명확한 중심축이 있는 아프리카 TV에 비해 마케팅 채널이 작은 것도 사실이다.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단순한 유통 플랫폼으로는 경쟁력이 점점 떨어질 수 밖에 없는게 현실이다. 카카오톡 입장에서는 포트폴리오의 확장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앞으로의 전망
기존 캐주얼 게임을 소비하는 계층은 당분간 카톡게임의 이탈은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대형 게임이나 해외 시장을 지향하는 제품들의 탈카카오톡 현상은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카카오가 단순 MIM이 아닌 플랫폼으로 성공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써드파티 서비스가 아닌 기본 포트폴리오에 대한 투자를 할 필요가 있다. 전체 수익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카톡게임이 무너진다면 카카오 플랫폼 전체의 붕괴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고, 국내 MIM 시장이 재편될 수도 있을 것이다.
* 이 포스팅은 제가 Digieco에 기고한 '카카오톡을 벗어나는 모바일 게임들' 보고서를 블로그 형식으로 재구성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