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락하는 슈퍼 루키, PND
올해(2009년) 초까지도 카네비게이션을 저렴한 가격의 간이형 단말로 대체할 수 있었던 PND(Personal Navigation Device) 시장은 슈퍼 루키에 가까웠다. 약간은 부족하지만 자동차 길안내 기능을 포함하고, 도보와 자전거 등의 틈새 시장을 잘 공략했으며 가격에서도 경쟁력이 있었다. 작년 크리스마스 때에는 100달러 제품까지 등장하는 등 유럽에서는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 년초의 선풍적인 인기 덕분에 PND 시장은 작년대비 성장은 했으나 예상치보다 훨씬 못미치는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Berg Insight의 보고서에서는 내년까지 성장하고 서서히 시장이 사라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Berg Insight의 보고서는 그나마 전향적으로 보고 있으며, 이미 PND 시장의 매력이 사라졌다고 생각한다.
범인은 스마트폰
이렇게 PND 시장이 감소하는 주요 이유는 GPS 를 기본으로 탑재하고 있는 스마트폰의 증가때문이다. 실제로 PND 시장의 분위기와 대조적으로 모바일 turn-by-turn Device 시장은 여전히 성장 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시장 조사기관 ABI Resarch는 휴대폰 기반의 유료 네비게이션 가입자가 2010년에는 2,600만명 수준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측했으며, 이러한 시장변화는 아태지역을 리드할 것으로 보고 있다.
Berg Insight는 올해 상반기만 2,800만건의 모바일 네비게이션 어플 다운로드가 이루어 진 것으로 보고하였다. 이는 작년 동기대비 2배 가량 증가한 수치이다. Forrester Research의 보고서는 전세계 모바일 네비게이션 가입자수는 연평균 33.7% 성장하여 2015년에는 1억 6천만명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실제 미국의 경우 모바일 네비게이션 서비스 이용자수가 전체 이동통신 가입자의 3%에 이르고, 일본의 경우 4%를 이미 넘어선 상태이다.
어플리케이션 유통의 발전도 한 몫
모바일 네비게이션 시장의 성장은 다양한 네비게이션 솔루션들이 앱스토어를 통해서 Cosumer들에게 판매가 쉬워지고 있는 것도 한 몫을 했다. TomTom, Sygic, Telenav, Networks In Motion 등은 이미 애플 앱스토어에서 네비게이션 어플을 서비스하고 있다. 이중 Telenav는 Android용과 Palm의 Web OS용으로도 개발을 진행 중에 있다.
오픈마켓을 통해서 모바일 네비게이션 솔루션 판매가 증가하자 기존 단말제조사와 이통사들의 번들링 판매도 동반하여 증가하고 있다. 최근 제휴를 통한 번들링 판매로는 Verizon과 NIM, AT&T와 Telenav, Vodafone과 Telmap, LG와 Appello, HTC와 ALK Technologies, Samsung과 Route 66 등을 예로 들 수 있다.
시장 파괴자, Google Maps Navigation
이러한 시장의 변화 속에서 Google이 10월 28일, 'Google Maps Navigation'을 발표를 하였다. 기존 솔루션 사업자와 단말제조사, 이통사 중심으로 형성되어 있던 벨류체인에 커다른 변화를 준 것이다. Google은 네비게이션 솔루션을 자사 플랫폼인 Android용으로 런칭을 했으며, 모든 서비스를 무료로 제공을 한다.
Google은 Android 2.0 이상에서 작동하도록 개발을 하였고, 그러한 이유로 모토로라의 Droid에서 현재 네비게이션을 활용할 수 있다. 하지만, Google이 해당 소프트웨어를 Android용으로만 고집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iPhone용으로 개발하는 것을 Apple 측과 협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네비게이션 단말 업체에 라이센스 판매도 고려하는 등 다양한 BM을 시도 중에 있는 듯 하다.
모바일 네비게이션 BM의 변화
기본 모바일 네비게이션은 철저하게 가입자 기반의 BM을 유지하고 있었다. 높은 월이용료와 데이타 비용은 이러한 모바일 네비게이션 성장의 분위기에도 불구하고 장애요인으로 지적을 당하고 있었다. 하지만, 기존 모바일 네비게이션 BM과 산업구조는 구글의 등장으로 인해 변화할 수 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Google이 금번 네비게이션 SW 발표 직후, TomTom의 주가는 20.84%, Garmin은 16.38%나 하락하였다.
Google의 이번 네비게이션 SW의 목표는 기본적으로 광고플랫폼의 확장이다. POI검색을 비롯하여 가는 도로 안의 View에 다양한 지역광고를 시도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Android 플랫폼에 기본 내장을 시킴으로 해서 Android 의 자체 경쟁력 상승까지 노리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결국, 구글로 인해 네비게이션 사업자들의 광고모델의 도입과 플랫폼 사업자들의 번들 SW 다양화가 촉진될 것으로 보인다.
참고로, Google 이전에도 Technocom의 SpotOn GPS 플랫폼, Huawei의 GPS폰, Bouygues의 무료 네비게이션 상품 등이 이미 광고를 통한 무료 모바일 네비게이션 상품을 서비스하고 있었지만 큰 주목을 받지 못했었다.
국내에서는 변화 힘들어
국내에서 지금까지 그나마 성공한 서비스는 SKT의 T Map이다. T Map을 몇번 사용해본 경험자로서 T Map은 SKT에서 가장 잘 만든 서비스라고 생각한다. 일반 Feature Phone에서 사용해보아도 만족스럽지만, 옴니아와 같은 스마트폰에서의 사용성은 카네비게이션을 완벽히 대체한다. 현재 SKT에서 옴니아2 구매자들이나 올인원 요금제를 사용하는 고객들에게는 무료(길안내 서비스만)로 서비스한다고 하니, 당분간 T Map을 대적할만한 서비스는 없을 듯 하다.
이렇게 T Map을 높게 평가하는 것은 서비스의 완성도에도 원인이 있지만 법규제가 철저하게 이통사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법이 이통사를 보호하기 위해서는 아니었지만, 결과론적으로 이통사와 사업제휴 없이는 지도서비스를 할 수가 없다.
통신 기기로 위치기반 서비스를 하려면 모두 '위치정보보호법'의 적용을 받아야하며, 이 법이라는게 명확한 기술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여 담당 사무관의 자의적인 해석에 의해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다. 위치정보사업자 허가를 받으면 가능하지만, 소규모기업의 입장에서 법률검토를 거치고 까다로운 심사를 통과하는 것이 쉽지가 않다. 실제 노키아 6210S는 '네비게이션폰'이라는 별명이 무색하게끔 네비게이션을 제거하고서야 국내에 진출할 수가 있었다.
EnGIS가 iPhone용 모바일네비게이션 'Gogo 3D'를 개발하였고, 곧 앱스토어에 런칭할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러한 솔루션 사업자들이
국내의 법규제와 이통사들의 견제, 그리고 구글과 같은 무료 서비스들 틈에서 생존하기란 쉽지 않아 보인다. 서비스만 잘
만들면되던 시대는 지나갔다. 모바일 네비게이션에도 BM에 대한 고민과 전략이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