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 산업에 비해서 상대적으로 소규모이며 역사가 짧은 IT는 잘 될때와 망할때의 곡선 그래프가 무척이나 가파른 편이다. 그래서 임금 체불이나 퇴직금 미지급과 같은 사례가 많은 편이다. 곰곰히 생각을 해보니 지금까지 임금, 퇴직금, 아르바이트 비용 중에서 이런 저런 이유로 받지 못한 돈을 계산해보니 소나타 중고 정도값 정도는 되는 듯 하다.
바로 이전 직장을 그만 둔지가 1년가까이 됐는데 아직까지도 퇴직금을 받지 못하고 있다. 이래저래 생각해보면 작은 돈은 결코 아니다. 미지급 하는 회사가 의례 그렇듯이 약속 날자는 한달을 멀다하고 미루어지며, 그 날자가 되면 절대로 아무런 연락도 오지 않는다. 사정을 뻔히 알기때문에 연락 안하다가 몇일 지나서 넌지시 물어보면 미안하다는 말 뿐이고 기간은 또다시 한달 또는 두달이 연기가 된다.
회사를 그만둔다라는 것은 터전을 옮긴다는 뜻도 있지만 같이 일해왔던 이들과의 헤어짐이 더 크게 다가온다. 쓰러져가는 IT회사들은 한두명이 떠나는것이 아니라 대다수의 인물들이 한꺼번에 떠난다. 대다수의 사람은(특히 나같은 전산쟁이들은) 날마다 보아서 정이 쌓이기도 했지만 막상 같은 공간을 떠나면 아주 절친한 사람이 아닌바에야 연락을 그다지 자주 하지는 않는다.
재미있는것은 비슷한 시기에 회사를 떠난 이들을 연결시켜 주는 끈이 있으니 바로 "퇴직금 미지급" 이다. 약간씩 차이가 있는고로 누구는 받았다더라, 누구는 노동청에 신고를 했다더라, 언제가 되면 진짜로 나온다더라, 돈이 없는것은 아니다더라를 시작으로 해서 꾸준히 연락이 들어온다. 진짜 궁금한 것은 "부장님은 받으셨어요? 연락 한번 해보세요" 이다. 본인들은 직접 연락해서 물어보기 껄그러우므로 나한테 이야기를 해보는 것이다. 이유야 어찌되었건 공통되고 돈이라는 아주 민감한 Object를 두고 생기는 공감대라는 것이 생각보다 강하다. 그리고 저사람이 받으면 나도 받을 수 있을거야.. 라는 생각이 들 때의 공감대는 그 순간만큼은 무시할 수 없을 정도이다. 비슷한 일을 하는 사람이고 간만에 연락해서 다짜고짜 퇴직금 이야기를 하기보다는 안부나 현재 하는 일에 대한 업무에 이야기를 곁들어서 이야기를 하고 이 공감대로 인해서 더 Network 이 견고지기도 하고, 새로운 Business의 Cowork이 되기도 한다.
참 세상이라는 것이 재미난다.
그나저나 8월 10일날은 꼭 주겠다더니... 이번에도 힘들 것 같다.. ^^
마지막에 나를 무참히 버렸던 회사긴 하다만은 나하나 퇴직금은 문제없이 줄 수 있게끔 형편이 잘 풀리는 회사가 다시 되기를 바랄 뿐이다.
P.S : 위 포스팅은 예전부터 생각을 해 오던 내용인데 행여나 퇴사자들 퇴직금도 못주는 회사로 소문이 나 내가 몸담던 회사에 피해가 가지는 않을까 싶었기 때문에 조심스러웠다. 이제 벌써 1년.. 내가 누군지 아는 이들은 대충은 그 회사 사정을 알테니 별 문제가 없으리라 생각하며 포스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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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가 친하게 지내시던 분이 운영했던 회사라면 더욱 난감한 상황이 됩니다.
아무쪼록 이번에는 꼭 받을 수 있기를 바랍니다. ;)
이런 경우가 워낙 빈번해서요...
입바른 소리처럼 들리시겠지만 제 퇴직금보다는 회사가 빨리 정상화되기를 좀더 바라고 있습니다만 여의치는 않게 보이네요.
가라앉는 배를 건진다는 것은 무척 힘이 들죠...
몸 담았던 회사가 잘 안 풀리는 것은 참 가슴 아픈것 같습니다.
관심주신 것에 감사드립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