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다양성의 부재
건강한 생태계를 이루려면 다양성이 필요한 것은 너무도 당연하다. 다양한 플레이어가 시장에서 경쟁을 해야 발전을 하고 사용자들에게 좀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해주기 때문이다. 그런데, 국내 모바일앱 생태계는 하나의 플레이어가 전체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모습을 보인다.
특정 산업이 성장기를 넘어서면 상위 그룹이 전체 시장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것은 당연한 현상이기도 하다. 그런데, 국내에서는 상위 '그룹'이 아니라 상위 '업체'나 상위 '분야'의 영향력이 지나치게 크다. 1위와 2위의 격차가 너무 크거나 아예 2위로 언급할만한 업체가 없는 영역도 많다.
2.1. 안드로이드 편중
안드로이드가 스마트폰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것은 세계적인 현상이다. 국내 시장의 문제는 그 정도가 너무 심하다는 점이다. 국가별로 안드로이드가 차지하는 비중을 살펴보면 미국 56.0%, 일본 59.0% 인데 비해 한국은 93.4%에 이른다. 시장이 이렇게 형성되다보니 자연스럽게 국내 모바일앱은 안드로이드 중심으로 개발되어지고 있다. 아예 iOS용으로 출시하지 않는 경우도 많다.
이러한 현상은 국내 모바일앱 산업이 안드로이드 생태계 안으로 갇히는 결과를 만들어 내고 있다. 또한, 해외로 진출할 때 장애물로 작용할 수 있다. 2014년 1월, 오페라 미디어워크스의 자료에 의하면 모바일앱 수익 비중이 아이폰 40.03%, 안드로이드 30.07%, 아이패드 12.7%이다. 여전히 모바일앱의 수익면에서 iOS가 우월한데 대응하는 서비스는 부족한 셈이다. 실제로 해외대상의 조사에서는 안드로이드 우선 정책(27%)을 펴는 개발자보다 iOS를 우선으로 하는 비중이 35%로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2.2. 모바일 게임만 편식
모바일앱에 높은 충성도를 보여주고 있긴 하지만 내부를 자세히 살펴보면 소비하는 것에서도 심한 편식을 발견할 수 있다. '국내 앱스토어의 5가지 주요 특징'에서 언급한 것처럼 게임에 대한 의존도가 지나치게 강한 것이다. 해당 포스트에서 소개했던 Statista를 다시 살펴보면 모바일 컨텐츠의 지출 중 게임이 차지하는 비중이 5.27%로 절대적이다. 더게임스의 2014년 3월 기사에 따르면 T스토어의 전체 매출에서 게임이 차지하는 비중은 60% 이상이다.
돈이 되다 보니 투자나 지원도 게임으로 집중된다. 본엔젤스벤처파트너스가 올해(2014년 3월 1일 기준) 투자한 5개의 업체 중 4곳이 게임 업체이다. NHN엔터테인먼트 2천억 원, 네오위즈게임즈 500억 원 등 모바일게임 업체에 투자 의사를 밝힌 상태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장기적으로 성장해야 하는 서비스 플랫폼이나 기술기반 스타트업들은 소외받고 있다.
2.3. 유통채널의 획일화
국내에서는 모바일앱이 유통되는 채널마저 특정 기업에 종속되어 있다. 모두 다 짐작하겠지만 '카톡게임'에 대한 이야기이다. 국내 스마트폰 사용자의 93%가 사용하는 카카오톡은 ‘게임하기’를 런칭한 후에 모바일 게임 시장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2014년 5월 플레이스토어 랭킹을 살펴보니 무료게임 상위 10위 중에 카톡게임이 차지하는 비중이 66%에 이른다.
한 기업이 전체 시장의 유통 헤게모니를 장악하면서 여러가지 문제점이 도출되고 있다. 근본적인 것은 카톡게임에 입점하지 못하면 아무리 좋은 컨텐츠라고 하더라도 사용자들이 접할 기회가 현실적으로 사라지게 되는 것이다. 입점 기준에 대한 공정성도 여러가지 논란을 만들어 내고 있고, 그만그만한 케주얼 게임만 살아남게 된 것도 어느 정도 책임이 있다. 디스패치는 2014년 2월 기사를 통해 '모바일게임의 유통이 획일화되면서 폐쇄된 환경에서 경쟁을 하게 되고 생명주기가 과도하게 짧아졌다'고 언급하였는데 개인적으로 무척 공감가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