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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부터 신문 기사에 ‘역쇼루밍(Reverse-Showrooming)’이나 '웹루밍(Webrooming)’이라는 단어가 심심치 않게 등장하고 있다. '쇼루밍(Showrooming)'은 오프라인에서 상품을 구경하고 온라인에서 구매하는 소비행태를 말한다.
 
전자상거래가 발전하면서 쇼루밍은 전통사업자를 힘들게 했고 온라인 사업자와 적대감을 형성하기에 충분한 이유가 되었다. 그런데 최근에는 이와 반대로 상품에 대한 정보를 온라인에서 습득하고 실제 구매는 오프라인에서 이루어지는 역쇼루밍이 등장하고 있다.
 
컨설팅 기업 액센츄어가 2013년말 진행한 설문 조사에 의하면 미국인의 63%가 쇼루밍을, 65%가 역쇼루밍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여론 조사 업체 해리스 폴의 유사한 조사 결과를 보면 결과를 보면 쇼루밍은 46%, 역쇼루밍은 69%로 조사되었다. ‘연말'이라는 특수상황이 작용하기는 했지만 일시적인 변화라고 보기에는 심상치 않은 수치이다.
 
모처럼의 기회를 잡은 오프라인 유통업계의 대응은 발빠르다. 대형 유통업체들은 '팝업스토어(Pop-up Store)’를 활발하게 운영하기 시작했다. 예전에는 팝업스토어라고하면 정식 매장없이 백화점 통로에 진열해 놓고 소비자 반응을 알아보는 형태의 간이매장을 말했으나 요즘은 특정 브랜드의 상품을 짧게는 일주일, 길게는 두달 정도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하고 특가 판매를 하는 매장을 이야기한다. 특정 기간 동안만 진행되던 팝업스토어와 반값할인과 같은 특가 행사들이 제품만을 바꿔가면서 상시 운영되는 곳도 있다.

역쇼루밍 현상이 등장한 주요 원인은 모바일과 소셜로 무장한 똑똑한 소비자(Smart Consumer)들의 등장때문이다. 이제는 오프라인 상점에서 스마트폰으로 상품 가격과 리뷰 등을 확인하고 구매하는 소비자를 발견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소셜미디어를 통한 정보의 확산이 빨라진 것도 한 몫을 하고 있다.
 
대표적인 서비스가 핀터레스트(Pinterest)이다. 북미와 영국사용자를 대상으로 진행된 하버드비즈니스리뷰(HBR) 최근 조사에 의하면 역쇼루밍을 경험한 사용자의 60%가 핀터레스트를 통해 구매한 제품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되었다고 한다.
 
한마디로 유통업체들이 상품을 온라인에 노출시키면서 팝업스토어로 방문을 유도하고, 유입된 고객들이 페이스북과 같은 SNS에 후기나 관련 정보를 올리면서 바이럴효과가 극대화되고 있는 것이다. 온라인에서 정보 수집을 해서 매우 저렴한 가격으로만 물품을 구매하는 '바겐헌터(Bargain Hunter)’라는 용어도 등장했다.
 
이렇게 복잡한 정보를 활용해 상품 구매를 하는 소비자들은 아무래도 젊은 층이 많다. 비영리 연구 단체 어번 랜드 인스티튜트(Urban Land Institute: ULI)가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역쇼루밍은 18~35세에서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한가지 주의할 것은 쇼루밍을 하는 소비자와 역쇼루밍 소비자가 서로 다른 집단이 아니라는 점이다. 해리스 폴 보고서에 의하면 쇼루밍을 했다고 답변한 응답자 중에서 약 90%가 역쇼루밍도 한다고 응답했으며, 역쇼루밍을 한다고 답변한 응답자 중에서 60%가 쇼루밍도 한다고 답변하였다. 소비자들은 온라인과 오프라인 모두를 통해 정보를 수집하고 조금이라도 저렴한 조건의 가격에서 상품을 구매하고 있다는 이야기이다.
 
그렇다면, 우리와 같은 온라인 사업자들은 이렇게 복잡하고 똑똑해지는 소비자들에게 어떠한 전략으로 다가가야 할까? 당연한 이야기가 되겠지만 장점은 극대화해야 하고 단점은 극복해야 한다. 이를테면 온라인 사업자들은 사용자들의 소비패턴을 분석하여 성향파악이 가능하다. 이를 통해 개인화된 제품을 모바일과소셜과 같은 채널을 통해 적절하게 노출할 수가 있다.
 
오프라인 사업자들은 하기 어려운 일이다. 물론, 지금과 같은 개인화 추천보다 훨씬 적극적이고 고도화되어야 한다. 최근에 화제가 된 과거 주문 정보를 분석해서 구매가 예상되는 물품을 각 지역 허브로 미리 배송시키는 아마존의 특허를 다시 한번 떠올려보기를 바란다.
 
쇼루밍을 극대화시키기 위해 더 편리한 접근 공간을 제공해주는 사업자들도 있다. 온라인 쇼핑사업자인 11번가는 소비자들이 브랜드 의류나 명품등과 같은 고가의 제품을 대상으로 쇼루밍한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이러한 소비자들을 위해 현대백화점, 아이파크몰, AK 플라자, 대구백화점 등과 같은 고급 전문관을 오픈하여 운영하고 있다.
 
단점을 극복하기 위해서 오프라인 사업자들이 온라인 사업에 진출하듯이 오프라인 접점을 만드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온라인 서적의 대표격인 알라딘은 2008년 2월부터 오프라인 중고 서점을 운영하고 있다. 알라딘 사이트에 '원클릭 방문 매입 서비스’를 제공하여 중고 서점을 쉽게 판매하도록 하고 있다.
 
오프라인 매장에 방문해보면 자체 전자책 단말기인 크레마 시리즈를 체험할 수 있도록 비치하고 구매를 유도하고 있는 것도 볼 수 있다. 소셜커머스처럼 아예 오프라인 사업자들과 제휴하여 고유한 온라인 서비스를 구축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소비자들은 똑똑해지고 있으며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경계는 빠르게 허물어지고 있다. 온라인은 오프라인의 쇼룸이 되고, 오프라인은 온라인의 쇼룸이 되는 셈이다. 과거처럼 역쇼루밍이 등장했다고 해서 쇼루밍이 사라지는 것도 아니다. 이러한 현상이 유통업계에만 극한되는 이야기는 결코 아니다. 모든 사업자들이 소비자들의 변화 현상과 배경을 이해하고 대응전략을 준비할 필요가 있다. 사업을 특정 영역으로 구분하지 말아야 하고 변화된 환경 속에서 새롭게 탄생할 수 있는 영역을 발견하여 선점하는 전략이 필요한 시점이다.



* 이 글은 제가 ZDNET Korea에 기고한 칼럼입니다. 개인적인 기록을 위해 이곳에 남깁니다. 원본 글은 여기에 있습니다.
2014/05/01 23:30 2014/05/01 2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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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3월, 구글은 웨어러블 기기에 최적화된 플랫폼인 ‘안드로이드 웨어’를 선보였다. 발표 되자마자 필자의 페이스북 타임라인은 안드로이드웨어 소개 동영상으로 가득 찼다. 해당 동영상에서 필자의 눈길을 사로잡은 것은 새로운 플랫폼이 아니라 구글나우의 변신이었다. 꼭 필요한 정보를 웨어러블 기기에 적시에 전달해주면서 완벽한 궁합을 보이고 있었다.


 
고전적인 ‘검색’을 서비스로 구현을 하다보면 반드시 등장하는 화두가 ‘입력에 대한 사용자경험(UX)’이다. 사용자들이 찾고자 하는 결과에 가장 적합한 검색어(쿼리)를 입력해주면 검색 서비스의 만족도가 높겠지만 이를 강요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현실에서는 잦은 오타 입력과 동음이의어(同音異義語)와 같은 예외 상황은 물론이고 어떤 검색어를 입력해야 할지 몰라 난감해 하는 경우도 많다. 검색 서비스들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검색어 교정, 연관검색어, 이미지 검색, 음악 검색, AR(Augmented Reality) 등을 선보였다.

이러한 시도들은 기존 검색 서비스를 기능적으로 보조해주는데 불과하다. 기술이 발전하면서 검색 사업자들은 더욱 과감한 시도를 하게 된다. 사용자가 검색창에 검색어를 입력하기 전에 필요한 정보를 전달해주는 것이다. 대표적인 제품이 2012년 6월에 등장한 '구글 나우’이다. 구글 나우는 사용자의 누적된 질문과 현재 위치, 일정, 개인정보, 선호도 등을 반영해 검색어를 입력하지 않아도 원하는 정보를 미리 알려준다. 예를 들어 사용자가 출퇴근 시 자주 다니는 길을 기억해 몇 시가 되면 출근해야 되는지, 그리고 어떤 교통편을 이용하는 게 가장 빠른지 등을 실시간으로 보여주는 서비스이다.

이러한 서비스를 기존의 검색(Search)과 구분하기 위해 '발견(Discovery)'이라고 부르고 있다. ‘발견'은 기존 검색보다 훨씬 개인화되고 현재 상황(Context)이 고려된 정보를 얻어낼 수 있다. 이러한 개념은 오래전부터 검색 서비스에서 시도되고 있었던 것으로 사실 새로운 것은 아니다. 스마트폰이 대중화되면서 주목을 받고 ‘구글 나우’를 통해 좀 더 대중적으로 된 것에 불과하다.

검색 서비스들의 오랜 고민을 응집한 구글 나우는 소비자들에게 어떤 평가를 받고 있을까? 처음 접할 때는 강력한 호기심을 이끌어 내지만 지속성을 유지하는데는 실패한 듯 하다. 서비스를 시작한지 2년이 지난 지금에도 대부분의 사용자들은 구글 나우를 음성 인식 서비스 정도로 이해하고 있다. 이러한 사용자 반응은 어쩌면 당연한 것이다.
 
‘발견’은 공급자 입장에서는 대단히 매력적으로 보이지만 사용자들에게는 재미가 없는 서비스이다. 기존 검색에서는 결과 목록에서 본인이 원하는 능동적인 선택을 할 수 있다. 때로는 의도치 않았던 결과(Serendipity)에서 흥미로운 이야기를 발견하고 빠져들기도 한다. 편리함을 추구하기 위해 나온 ‘발견’이 서비스가 본질적으로 가져야 할 재미(Fun)을 반감시켜버린 것이다. 적어도 PC와 스마트폰 안에서 보는 현재의 모습은 그렇다.

그런데, 웨어러블 기기에서는 좀 다른 이야기로 전개될 수 있을 듯 하다. 작은 화면에서 효율적으로 사용자들에게 정보를 전달하는 방식으로 ‘발견’은 효율성이 뛰어나다. 스마트워치에서는 ‘발견’으로 1차 정보를 전달하고 필요할 때는 페어링된 스마트폰에서 ‘검색’으로 이어질 수 있다. 기존 경험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고 상호보완적인 기능으로 시너지를 낼 수 있게 된다.
 
‘발견’에 대한 시도는 구글만의 모습은 아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윈도 폰 8.1’에서 개인비서 서비스인 ‘코타나’를 탑재했다. 야후는 자체 개인화 기술 엔진인 C.O.R.E.를 활용하여 '패스트브레이크', ‘커브볼’라는 코드명으로 새로운 검색 서비스를 준비 중에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찾아오는 검색’을 지향하는 모바일 검색 서비스 ‘디스커버리 - 검색人’이 작년에 국내에 진출하기도 하였다.
 
해외 검색 사업자들이 이렇게 ‘발견’에 대해 공격적인 대응을 하는 것에 비해 국내 검색 서비스는 여전히 고전적인 검색의 이용행태에 초점이 멈춰져 있다. 일부 쇼핑몰이나 콘텐츠형 서비스에서 내용기반추천시스템이나 협업필터링을 적용해 추천시스템을 제공하는게 전부이다.
 
공교롭게도 국내 스마트폰 시장이 대형 스크린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 기존 검색만으로 충분히 모바일 대응을 하고 있지만 웨어러블 기기까지 지금과 같은 시장장악력을 보여줄 수 있을런지 모르겠다. 국내 사업자들도 검색에 대한 본질적인 접근을 바꾸어 생각해야 할 필요가 있다. 구글 나우가 자신있게 웨어러블 기기에 대응을 할 수 있었던 것은 2년간의 물리적인 경험이 뒷받침 되었다는 사실을 간과하지 말아야 한다.



* 이 글은 제가 ZDNET Korea에 기고한 칼럼입니다. 개인적인 기록을 위해 이곳에 남깁니다. 원본 글은 여기에 있습니다.
2014/04/17 17:56 2014/04/17 17:56